저는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는데요. 생각이 끊이질 않아서 심심함을 느끼는 경우가 별로 없고, 좋은 아이디어도 자주 나옵니다. 문제 해결을 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가 문제입니다. 보통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된 상황일 때 생각도 덩달아 정리가 안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 문제, 아내의 건강 악화,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 커리어 계발의 압박 등이 산적해 있는 요즘이 딱 그 상태였습니다.
이런 때는
1. 문제 해결 방안이 안 떠오릅니다. 정확하게는 핵심 원인을 찾아야 해결방안도 나오기 마련인데, 생각 정리가 안 될 때는 현상에 영향만 받는 것이죠. 집중이 안 됩니다.
2.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집니다.
저는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지면 나오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일을 미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일들까지 미뤄져서 상황을 악화시키게 되는 겁니다. 연락을 해야 하는 곳에 안 한다든지, 운동을 미룬다든지 하면서요.
이로 인해 3.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시간관리 실패의 압박으로 초조해지면서 역량 발휘가 더 안 됩니다. 쫓기는 기분이 들어 우선순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삶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죠. 그러면 감정적인 고갈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우울해지는 겁니다.
저랑 비슷하신 분이 혹시 있거나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다음 방법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떠올려서 적용해 보고 있는 방법인데 아주 유용합니다.
일단 필요한 건 샤워기와 낙서 패드(압력으로 기록이 가능한 패드)입니다. 다른 대용품도 있을지 모르나 저는 필기구를 자주 애용하는 아들 덕에 집에 있어서 사용 중입니다. 방수+필기 가능하면 뭐든 상관없어요.
뭐 요런 겁니다.
1. 폭포에 앉아 수련하듯 물을 맞으며 멍하니 있기
서 있어도 됩니다만 시간이 걸리면 다리 아프잖아요. 저는 서 있다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컨디션으로 합니다. 대신 누워서 잠들면 안 됩니다.
2. 정신이 멍해졌다가 집중이 되는 시기가 되면, 아무 문제나 떠올려보기.
진짜 막 떠오르는 대로. 산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도 좋고, 오늘 본 예능에서 나온 노래가 궁금해 이런 것도 괜찮습니다. 편하게 떠올려주세요.
3. 그중에서 제일 진하게 떠오르는, 강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3~5개만 남기기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떠오른 문제들은 내가 느끼고 있는 스트레스와 중요도에 따라서 잔상의 정도가 다르더군요. 진하고, 강한 문제들만 남겨 봅니다.
4. 그 문제들 줄 세우기.
순위를 정하는 거죠.
1)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긴급성입니다. 시간 압박이 많은 일은 빨리 해야 하니까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 시한이 있는 일들입니다.
2)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 중요도를 체크할 때 해결했을 때의 이익 / 해결하지 않았을 때의 피해 등을 고려하면 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해 보세요. 만약이라는 질문이 도움이 됩니다.
5. 그 후 거슬림 정도를 표현해 봅시다. 일들을 정리해 나갈 때 자꾸 신경 쓰이고 거슬려서 집중을 방해하는 일이라면, 다소 우선순위를 높여서라도 빨리 치워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Like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같은 거죠. 안 하면 찝찝하게 계속 생각날 것 같은 것들입니다.
문제의 순위가 정리되었다면 하나씩 들여다봅시다. 아주 빠르고 얕게
떠오르는 대로 정리해 보는 겁니다.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현 상태는 어떠한가? 어떤 식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가? 어떤 방안들을 진행하고 있나? 당장 떠오르는 개선방안이나 해결방안은 있는가? 만약 해결되면? 안 되면?
그 이후 떠오른 중요 키워드만 적어두고 다음 순위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핵심은 한 문제에 너무 오래 잡혀있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스피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샤워를 마치고 하셔야 해요. 수도 이용료도 많이 나왓 아내한테 혼도 나고, 감기 걸립니다. 얼른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