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희생을 당연시 생각하지 말 것.
기러기 부부.
그것도 한국과 베트남.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어르신들이 툭 던지듯 말을 한다.
'직장 그만두고 신랑이 있는 베트남에서 살면 되겠네'
나는 아직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2개월에 한 번씩 베트남에 방문하고 있는 나는,
남편과 베트남에 정착한 많은 여성들을 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차를 마시거나, 요리를 배우거나, 언어 학원을 다니거나 하는 그들만의 사회가 잘 형성돼 있다는 것도 안다.
기러기 부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한쪽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아마 베트남행을 택한 부부들 가운데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희생은 분명 수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이 직장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공식은 없다.
나는 맞벌이를 하는 부부 중에
출근과 퇴근은 비슷하지만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를 대부분 여성이 도맡아 하는 케이스를 많이 본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적어도 여자가 식사를 담당한다면, 남자는 그 외의 일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일은 '공동부담'이니까. (육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이런 생각을 담담하게 전하면
혀를 끌끌 차는 상대방도 많이 봤다.
우리 부부의 일을 그들에게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에
그저 각자의 세계가 다르다고 여겨버리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맞벌이 부부에게서
여자 남자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일까 싶다.
일과 사랑, 균형을 맞추는 것.
부부가 왜 부부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