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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un 30. 2024

예술가의 시계

당신이 경험을 지혜롭게 활용하기만 한다면 시간낭비는 아무것도 없다.

  - 오귀스트 로댕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후배가 인공지능 시대에 내가 하는 창작의 붓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끔 회의가 든다며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인다.


"힘내게 당신이 경험을 지혜롭게 활용하기만 한다면 시간낭비는 아무것도 없다네"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헤어질 때 조각가 로댕이 한 말이기도 하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생각하는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을 모르는 이는 없을 정도겠지만, 로댕 또한  지극히 고독하고 가난한 젊은 예술가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로댕은 죽었지만,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그의 작품과 그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결코 죽지 않고 세계 각지에 턱에 팔을 괴고 앉아 있다.


예술은 다른 방향으로 저마다 1등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기계적으로 등수를 매겨 올림픽 시상대에 올리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콩쿠르를 열고 거장의 작품 연주에 대한 완성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세계 몇 대 오케스트라는 전통과 권위로 얻은 평판에 단원들의 실력으로 자연스럽게 회자되는데 쉽게 그 명성이 바래지 않는다. K 클래식의 위상이 대단하기에 한국 대도시의 교향악단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으로 기대한다. 클래식의 시간은 주간으로 빌보드 차트 순위를 다투는 대중음악과는 호흡이 다르게 느리고 길다.


오랜 숙성을 거치면 후배의 작품도 어느 안목 높은 갤러리스트나 컬렉터의 눈을 번쩍하게 하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런 순간은 살아서 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을 해내는 것이 예술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안갯속을 걸을 때도 로댕의 말을 좌표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포도주 잔으로 어깨를 다독였다. 문득 생각한 포디엄 위의 신사가 말도 곁들이면서. 예술은 정답이 있을 없으며 언젠가 진정성이 인정받을 대중의 환호는 서비스 같은 것이라는 말은 아껴두었다. 그 말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일지도 모르기에. 


베를린필이 잘 빚은 레드와인이라면

런던필은 화사한 화이트 외인이죠

모두 각각의 개성을 지닌 뛰어난 와인입니다.

   - 사이먼 래틀


André Rieu - The Godfather Main Title Theme  (Live in Italy)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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