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형으로 보이는 후덕한 아저씨, 어릴 때부터 초상화로만 만났던 모습이다. 베토벤 같은 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생의 시름이 적어서 다복한 가정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풍요롭게 살았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의 생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었다.
첫 부인과 사별 후에는 두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 태어난 세 자녀를 모두 잃었다. 그 와중에 두 명의 형제도 죽었다. 그때의 심정을 "나는 무덤 옆에 한 발을 딛고 서 있었네"라고 했다. 생활고 또한 그를 비켜가지는 않았다. <아리오소>를 이러한 슬픔의 심연 속에서 작곡했다.
우리가 아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이런 극한의 슬픔을 음악으로 이겨내고 이후 스무 명 가까운 많은 자녀를 두어 음악 가문을 이뤘다. 몇 명의 바흐 2,3세들은 음악에 입문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음악사를 장식하고 있다.
클래식 전문가들에게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집>은 달나라나 우주에 보낼 지구의 대표곡으로 자주 회자된다.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고 있다.
스페인의 13세 소년 파블로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고서적상에서 먼지 묻은 악보를 발견했다. 그 후로 그 악보를 20여 년 맹연습해 숙성시킨 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표했다. 작곡자는 음악의 아버지였고 연주자는 첼로의 성자가 되었다.
얼핏 삶에 별다른 극적인 사건도 없어서 영화로 일대기가 만들어진 경우도 드물 것만 같았던 음악의 아버지, 그가 낳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다. 바흐가 깊은 슬픔의 터널을 통과하고 낳은 '아름다운 선율'이라는 무수한 자식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