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달이 쌓여 1년이 지나고 한살이 더 추가되는 것이 우리 삶이다. 그렇지만 그 나이테가 쌓여가도 순환하는 삶은 변화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찬 바람이 불고 한 두 장 남은 달력이 달랑거릴 때 한 해를 돌아볼 때면 약간의 두려움이 따른다.
나이테를 하나 더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 싸늘한 새벽 공기와 시 한 편이 내게 지난 300여 날들의 일을 묻는다.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도나 마르코바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날개가 되고
빛이 되고 약속이 될 때까지
가슴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이 시는 시인이 부친상을 당한 이후 다음날 새벽에 쓴 시라고 한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나뭇잎의 변색과 낙엽이 극적으로 풍경을 바꾸는 계절은 이 사실을 실감 나게 한다. 그러기에 이 시인의 마음이라면 삶을 제대로 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