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쁘다. '짤방'이 유행한 지도 오래다. 가을 하늘을 올려볼 시간도 없어 보인다.
치열한 사업의 한가운데서 시간을 다투던 중견 기업 오너 한 분이 문득 오후 반나절을 베어내 숲 속을 거닐고 느긋하게 보내기로 결심했다며 여유를 찾으라고 한다.
나무 바쁜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바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도시인들이 많다. 심지어 영화도 배속으로 돌려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는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 가슴에 감동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말초적인 즐거움으로만 삶을 연명할 수는 없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클래식 음악의 4악장과 영화의 2시간을 진득이 보낼 수 없다면 정서의 샘도 점점 메말라 고갈될지 모른다.
수많은 예술가가 인공지능 기술이 요란하고 변덕스러운 대중의 취향이 이리저리 날 뛰어도 묵묵히 한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이 맞을까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는 있지만, 잘 되리라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삶에는 빨리 감기나 되감기가 없기에 앞날을 전혀 예언할 수 없다.
그러니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 백남준
때로 스스로 허황되고 터무니없는 생각의 사이즈를 감당할 수 없다고 내면에서 스스로를 조롱할 때 도토리는 묵묵히 썩어서 아름드리 참나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담쟁이는 또 어떤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절망할 때 그 높다란 벽을 어느샌가 오르고 있다.
아는가?
높고 깊은 숲의 무한함도 도토리 한 알의 꿈 안에 잠재한다는 것을
- 웨인 다이어
J. BRAHMS _ Piano Trio no. 1 in B major, op. 8 피아노 트리오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