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수학자로 인공지능의 모태가 된 기계를 상상하고 구현하고자 했다. AI의 아버지 격인 엘런 튜링에 의해 이런 생각은 승계되어 구현되었다. 시인의 딸 러브레이스에게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스티브 잡스는 대학 철학과를 중퇴했고, 기술적인 부분은 초기 동업자 워즈니아키가 더 정통했다. 천재의 대명사격인 아인슈타인은 베른의 특허청에서 안정된 직장인으로 평생을 마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논문이 인정받고 상대성이론의 위대성을 알아보는 안목이 대학으로 그를 불렀고 프린스턴대학이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세계과학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기게 했다.
뉴턴은 흑사병이 돌던 시기에 잠시 대학을 떠나 한가로이 자연을 관찰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에서 중력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이 경우를 보면 스스로 주변의 소음을 떠나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신호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인의 딸과 인문학도가 과학사의 한 페이지에 등장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그 사회의 지적 풍토가 거인을 잉태하고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단기적인 안목에 허겁지겁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려가야만 하는 시기를 한국은 오랜 기간 겪었다. 이젠 중추국가 내지는 선진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과학 분야에서도 많은 거인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독창적인 성과를 냈으면 하는 희망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건강한 과학적 풍토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의과대학 열풍을 망국병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의과대학 내에서도 인기 전공과 비인기 전공은 딴 세상처럼 갈린다고 한다. 많은 소득을 좇고 인기직종에 대한 쏠림에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가 내재되어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전체 학문의 생태계가 균형 있게 작동하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과 합의점을 찾는 노력은 일시적인 혼란을 넘어 지속돼야 할 과제다.
'문송한' 이들의 인문학적 안목이 융합의 용광로에서 자연과학자와 시너지를 낼 때 생각의 퀀텀 점프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집요하게 관찰하면서도 눈을 들어 무한한 우주 공간으로 자신의 시선을 옮어 시를 쑬 수 있는 과학자도 필요하다. 고등 방정식을 풀며 논문을 쓰다 막힐 때 저전가로 대학 구내를 돌거나 바이올린을 꺼낸 학자가 아인슈타인이다.
Albert Einstein NEVER BEFORE HEARD: Plays Violin - Mozart Sonata in B-flat KV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