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빌 게이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각이 담긴 노트를 무려 3,080만 불에 경매에서 낙찰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사후 500년이 지나도 인류의 천재가 남긴 흔적은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노트에 담긴 다빈치의 사고법 7가지는 지금 현대인들이 봐도 배울 점이 많아 자기계발서의 테마로 삼아도 좋을 정도다. 노트에는 글쓰기와 생각하기에 대한 방법론을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사고로 설명해놓았다. 그가 회화와 건축, 무기 제조까지 영역을 넘나들며 방대한 성취를 한 비결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사생아로 신분이 비천했고, 동성애자로 손가락질을 받을 운명에서 인류가 놀란 그 초몰입의 경지를 이룬 다빈치의 두뇌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아인슈타인 노트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1,170만 달러(약 156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 노트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이 어떤 과정에서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실험실의 일반적인 과학자들과는 다른 이미지다. 우선 단정한 머리와 실험실 가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헝클어진 머리에 늘 유머를 곁들이며 주위를 즐겁게 하려고 했다. 이 아마추어 예술가는 바이올린을 즐겨 자기 집에 초대한 손님들께 때로 소음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연주를 듣게 했다고 한다. 한 번의 이혼 경험도 있다. 연구에 몇 날 며칠 초집중하다가 멍하니 누워있기가 다반사인 남편을 좋아할 아내도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 재직시에는 이미 노벨상 수상으로 스타가 된 과학자였지만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유쾌한 대화를 주고받은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일반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류는 이 천재의 인간적인 면모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 끼적이고 있는 노트가 아인슈타인의 노트나 다빈치의 노트 못지않은 가치가 될지 모르니 자손들에게 잘 보존하도록 일러두라고 하면 아주 심한 조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생각의 밀도를 더 높여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를 고민하는 노력은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 아인슈타인의 두뇌는 사후에 연구대상으로 삼으려는 학자들이 훔치려고도 하고 별별소동이 다 있었다. 실제로 해부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면 두뇌 구조는 일반인과 엄청난 차이는 없었다. 다빈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인들과 유사한 내 두뇌에 어떤 것을 담았는지를 돌아보면 한갓 소음에 그치는 것들을 담고 있는지 않았은지 반성하게 된다. 두 천재의 노트를 생각하는 새벽, 시계의 초침 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