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모처럼 차 한 잔 하자며 연락한 친구는
뜻밖에도 이 엄동설한에 조기축구 모임에 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축구하는 시간이 없다면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뒤풀이로 막걸리 한 잔 하는 맛도 있고
축구에 반해서 10여 년을
한결같이 주말이면 축구화를 챙긴다고 한다.
손흥민의 현란한 드리블과 멋진 슛에 감동하는 재미와는
또 다르게 직접 하는 재미가 매력적이기에
찬바람을 가르는 것이 아닐까.
친구의 부상이 걱정되어 추위에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안부를 대신했다.
그 건강한 즐거움을 누리는 친구에게
약간의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글쓰기 또한 읽기의 재미에만 빠져있기보다
자신의 지식이 숙성되고
그 욕망이 차고 넘쳐야 실현되는 면이 있다.
경기장에서 관전만 하다 관중석을 뛰쳐나와
자신이 직접 축구공을 차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발터 벤야민은 "책을 획득하는 방법 중에서도
책을 직접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칭송할 만한 방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한 바 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에 내보낸 책과 부대 되는
소통의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누구든 누리고 즐겼으면 한다.
읽기만 하다 글쓰기를 실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주를 듣는 것을 즐기기만 하다가
자신이 직접 피아노 교습소를 찾은 아저씨를 알고 있다.
그 친구 또한 하는 연주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했다.
한 가지 더 건강한 바람도 있었다.
아내에게 결혼기념일에 맞춰
서툰 연주 실력일지라도
그동안 내조해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어느 근시한 카페를 둘 만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무대에서 연주하는
소박하지만 멋진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내게 어떤 곡이 좋을지 묻기에
이적의 <다행이다>를 추천했다.
가사의 의미도 그렇고 조금 젊은 감각으로 딸에게도 박수받을 수 있는 장점을 얘기하면서.
아마 지금쯤 맹연습 중일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과연 가창력이 받쳐줄까 걱정도 됐다.
누구나 자신의 소박한 무대에 설 수 있는 즐거움은
누렸으면 한다.
카네기홀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선 프로들이 부럽지 않은 감동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
예술은 자신 만의 방식으로 향유하는 사람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