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의 사랑

음악에 살고 사랑에 살고

by 호림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절창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노래는 사랑(Amor)이 주제였습니다. 오르페우스를 만들어낸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로마(Roma)의 철자를 거꾸로 읽으면 '아모르'가 되는 건 절묘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어떤 심오한 암시가 있는지는 신화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서구 문명은 에로스와 아가페 같은 사랑의 가치가 지배하는 문화였습니다. 사랑을 설파한 종교의 교리는 엉뚱하게도 십자군 전쟁 같은 피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탐욕으로 또 왕권과 신권의 대립으로 얼룩지기 전 오르페우스의 이상은 아마도 그가 부른 노랫말처럼 사랑의 왕국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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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던 오르페우스가 사랑을 잃어버렸기에 현실의 그 어떤 즐거움도 허무했을 것입니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뱀에 물려 죽은 뒤 아내를 되살리려고 발버둥 치다 죽음을 각오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그 죽음의 세계에 뛰어듭니다. 오르페우스는 죽음의 세계 하데스에 내려가 간절한 노래로 하데스를 지배하는 플루토의 마음을 돌립니다. 아내를 살려달라고 그곳을 관장하는 플루토에게 애원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는 유일한 조건은 죽음의 세계를 탈출할 때까지 에우리디체의 얼굴을 절대로 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끝까지 지키며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잡고 마침내 죽음의 터널을 거의 다 빠져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에우리디체의 얼굴을 살짝 보는 즉시 여인은 흔적 없이 사라지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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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돌아보지 말라는 신의 계시를 무시해 다시 사랑하는 이를 허망하게 죽음에 터널에 남겨두게 되었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울림을 남깁니다. 뒤를 돌아보다 사랑을 잃은 오르페우스처럼 우리는 현세의 욕망 때문에 사랑도 잃고 우정을 잃기도 합니다. 초심을 잃고 뒤돌아보고 기웃거리다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경우는 때로 정치나 비즈니스의 세계가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예술에서 궁극의 대상이자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 아닐까요. 나아가 인간의 그 많은 감정들 중에서 최고이자 궁극의 가치는 사랑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과 예술, 인생에 대한 암시가 담긴 신화를 읽어보면 우리가 총총하게 현실에서 옮기는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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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오르페우스의 탈랜트에 미치지 못하는 재주로 저마다의 에우리디체를 찾아 나서는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한 가정을 이끌고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언제나 험한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오르페우스의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죽음의 문을 통과한 오르페우스의 절실함 까지는 아니러라도.


새해 연휴가 끝나고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첫출발은 사랑을 향한 오르페우스의 용기로 집을 나서면 어떨까 합니다. 그 발걸음을 가볍게 할 서정적인 오페라 아리아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어울릴 듯합니다. 오르페우스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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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28, 제14회 DIOF, 토스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amore - YouTube



음악이 없다면 삶은 하나의 오류다.

-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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