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와 헤겔에게는 소설이나 시에 비해 음악은 하위의 예술이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언어적 정교함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었기에 그랬던 것은 아닌가 짐작한다. 그렇지만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최고의 예술이라고 치켜세웠다.
플루트 연주에 일가견이 있었고 성악 레슨을 받았던 쇼펜하우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기에 당연한 귀결일 듯하다. 니체도 음악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쇼펜하우어는 음악 중에서 교향곡을 최고의 예술로 평가했다. 절대음악이 표현하는 그 무한의 세계를 표제음악적이고 언어적인 예술보다 우위에 두었던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오페라나 성악보다 기악 음악을 더 우월한 것으로 보고 찬양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쇼팬하우어의 시각에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흑백논리로 예술분야에 따라 또 음악의 성격에 따라 우열을 논하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까 한다. 표제적 요소나 절대음악적 요소는 모든 음악에 섞여있다. 다만 함량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언어적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감정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모든 음악의 선율에는 어느 정도 표제적인 요소가 있지 않은가. 클래식 선율에 깃든 풍부한 낭만성은 글로 정확히 포착할 수 없지만 어떤 의미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칸트가 인간의 감정을 정교하게 범주화시겼지만, 음악 선율이 주는 모든 감정을 샅샅이 포괄하기는 힘들 듯하다.
베토벤 9번 교향곡도 실러의 시에서 출발점을 얻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문학과 음악, 음악과 미술도 때로 융합하고 또 서로에게서 모티브를 얻어서 다른 차원의 예술로 승화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오페라와 영화,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오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많은 장르는 도식적인 구분에서 더 나아간 경우다. 어쩌면 예술 장르의 우열을 가리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때로는 시선을 붙잡는 그림 한 점에 스탕달처럼 기절할 수도 있겠지만, 오페라 <라크메> 중 '꽃의 이중창' 같은 절묘한 화음을 들으면 아마도 음악 쪽에 순간적으로 점수를 많이 줄지도 모른다
오너라 말리카 (Viens Mallika.Deli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