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모두가 얼마간 인상파
친구가 보낸 것이
그림인 듯 사진인 듯 여운이 남는다.
낡고 방치된 배는
거동이 불편해진 어부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을 것만 같다.
어느 바닷가 오두막에 살았던
지금은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어부가
한 때 고기잡이로
가족을 먹여 살렸을지도 모를
폐선과 주변 풍경이 쓸쓸하다
사진이라고 해도
흐릿한 인상파 계열의
그림이라고 해도 그만이다.
잡음도 섞이고
연주의 음을 거칠게 담아낸 LP판은
인상파 그림을 닮았다.
빛의 각도에 따라
사물은 변화무상하지만,
우리의 눈은 빛과 사물이 만나는
어느 한쪽, 한 순간만 본다.
덜커덩거리는 LP판은
인상파 그림처럼
소리의 이면을
매끈하게 다 담아낼 수 없다.
예술은
똑소리 나는 정답을 찾는 이에게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림인 듯 사진인 듯
그런 세계를 포착하고 전달한다
아지랑이가 지평선 저 멀리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할 즈음
봄날 오후는 흘러간다.
예술의 모습은 아지랑이를 닮았다.
이것만이 진짜 예술이라고 말하고
예술을 손으로 꽈 잡았다고 말하는 순간
손에 잡은 모래알인 듯 눈에 포착된 아지랑이인 듯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시야에서 멀어지며 달아날지 모른다.
아주 명징한 언어로
마음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너무 똑 떨어진 표현은
꼼짝달싹 못하게 사람을 질식시킨다.
너 하나만을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
사랑은 집착이란 그물을 뚫고
저 멀리 달아날지도 모른다.
정말 아끼는 사람에게는
언어로 감정을 드러내기 조심스럽다.
그 눈빛이 머금고 있는
깊고 넓은 마음을 표현하기에
언어는 항상 부족하다.
언제나 명확함을 요구하는 이에게
시와 음악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도
삶의 알 듯 모를 듯한 진실을
그녀만의 언어로 담아내고 있었다.
불확실한 말에 기대기 싫은 마음은
자신을 담아낼 그릇을 갈구한다.
<단어를 찾아서>라는 시에서 그녀는
우리가 내뱉는 언어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정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하소연한다.
얼마나 겸손한 시인인가.
그녀의 또 다른 시
<가장 이상한 세 단어>도
유사한 맥락의 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내가 '미래'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