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미니멀리즘

- 예술의 압축미

by 호림

코로나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북적거리는 만남과 파티의 자리에 고독이 들어서게 했다. 많은 음식점이나 소상공인들이 힘들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간에 지극히 압축된 관계로 살고있다. 관계의 다이어트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자 하는 편이지만 단둘이서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걸 경우 차라리 한 사람을 만난다. 바로 나 자신. 나를 만나는 시간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 그 시간은 빈 껍데기로 만났던 시간보다 더 알차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몽테뉴도 여기에 박자를 맞춘 바 있다.

스스로 만족하자. 타인에게 집착하는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자.

혼자서도 현명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

- 미셸 드 몽테뉴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주 만나지 않을수록 관계가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대해서도 마르크 알레비는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일갈한다. 이 말이 나왔을 때는 개인이 혼자 살기에는 불안했고 상부상조가 필요했던 시기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고독은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일 수도 있다. 시인 바이런도 인간은 고독 속에서 가장 외롭지 않다고 했다.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고독을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


언어의 미니멀리즘은 시(詩)다. 압축된 형식미가 때로는 긴 여운을 남긴다. 클래식에서도 단순한 선율로 새로운 형식미를 선보인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 에릭 사티의 음악도 음미할 만하다. 라벨의 볼레로,사티의 쥬 트 부(난 그대를 원해요) 같은 곡은 클래식의 파격이었지만 그 단순한 형식미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곡이다.

프랑스의 또 다른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환상교향곡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에 나오는 작품으로 교과서에서 외웠겠지만 많은 이들이 애청곡으로 삶기에 형식이 복잡해 특별한 선율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작품성은 차치하더라도. 클래식 음악도 때로는 단순한 압축미가 대중들의 귀에 전달될 때는 미덕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한국의 법정 스님 같은 면이 있다. 적게 소유하라하고 관계의 미니멀리즘을 얘기한다. 최근 『지극히 적게』(이주영 옮김)라는 그의 수필집으로 코로나 시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고독과 친해지려고 해 보지만 체질에 잘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오래전 고대 로마에서 플루타르코스도 이런 고민을 했다.


고독을 즐기기 위해 친구를 갖지 않겠다고 했다면, 아마도 나는 냉혹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친구가 있어도 고독함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고독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구가 없는 삶보다는 고독이 없는 삶을 택하겠다.

- 플루타르코스

어디 세상살이가 고독과 관계의 미니멀리즘으로만 구성되겠는가. 고독보다는 친구와 같이 하는 한 잔의 술을 택하는 쪽이라 철인 플루타르코스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고독을 벗삼아 볼레로의 선율만 무한반복하는 삶은 그다지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