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도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언제나 옳다.
지금은 필명을 날리는 친구지만 한때 문학에 뜻을 두고 어렵게 원고지를 메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친구의 선친은 "너는 고작 하는 일이 글줄이나 끼적거리는 거냐"며 타박하셨다고 한다. 명망 있던 지역 유지로 알려진 분이셨지만 자신의 인생살이 방식과 다른 아들이 못마땅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과 소통하는 많은 작가들은 글 쓰는 재주밖에 없어서 어떤 면에서 고작 하는 일로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하이쿠 작가인 고바야시 잇사는 <조금씩 가까이>라는 하이쿠 선집 서문에서 자신을 평가하면서 "천재성을 타고나진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정직하게 간직함으로써 간결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지킬 수 있었다"고 썼다. 글 쓰는 많은 이들이 노벨상에 도전하는 작가는 아닐 수 있어도 이런 마음일 것이다.
어떤 여성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는 훨씬 더 고통스럽고 맘에 드는 작품이 써지거나 책으로 나온 작품을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뿌듯하지요"
가끔 작은 재래시장을 둘러본다. 할머니가 펼친 산나물을 누가 살지, 저 작은 생선가게에도 대학 다니는 아들, 딸의 학비가 달렸을 수도 있겠다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둘러보기도 한다. 우린 작고 소박한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잊어버리곤 한다. 크고 화려한 도시의 한켠에는 언제나 소박한 삶이 시장 할머니의 굽은 등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보기엔 '고작'인 그 일을 한다. 그렇지만 오늘도 가장 들은 새끼 제비처럼 입을 벌린 가족을 생각하며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오른다. 그 일을 고작 어떤 일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일부일지 몰라도 어쩌면 욕망에 쩔은 언어로 여의도를 주름잡는 기름진 얼굴들보다 이런 사람들이 더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