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짧은 생각들

by 호림

미켈란젤로가 4년여간의 작업으로 시스티나 천장화를 완성했을 때 그의 나이는 37세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친구들보다 훨씬 늙어 노인처럼 보일 정도로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피에타'와 '다비드상'이 말해주듯 조각이 주전공인데 그림을 그리라고 하니 그것도 교황의 엄명을 거역할 재주가 없어서 승낙했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니 난감했었습니다.

미켈란젤로를 시기한 미술계 사람들이 그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미켈란젤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대작을 완성했습니다. 그것도 누구나 입이 벌어질 정도로 해냈습니다. 예술은 사기라고 했던 백남준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쳐다보는 순간에는 이런 말을 삼갔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예술에 대해 비틀어 표현하기도 하고 카네기처럼 점잖게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 몇 가지 견해를 소개해 봅니다.


예술은 사기다.

- 백남준


우리는 예술이 허상임을 안다. 그러나 예술은 진실을 깨닫도록 해주는 허상이며

적어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진실은 허락한다.

- 파블로 피카소


모든 예술의 본질은 기쁨을 나누는 데서 오는 기쁨이다.

- 데일 카네기


예술가는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 앤디 워홀


문학은 나의 이상향이다. 문학 속의 친구들은 나를 편견 없이 대한다.

그들은 수줍어하지도 당황하지도 않는다.

- 헬렌 켈러


문학은 관객이 연주하는 유일한 예술이다.

- 커트 보네거트

미켈란젤로에게 예술에 대해 묻는다면 "예술요? 그건 제게는 천형이었습니다" 정도로 답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만 그는 그 천형을 기꺼이 감내하는 예술 순교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이렇게 미켈란젤로처럼 철저히 해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는 없을까요. 흔히 일상에서 어떤 일을 정말 멋지게 하면 "우와 예술이네"하고 감탄합니다. 매 순간이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삶은 단순 반복으로 흘러가겠지요.

90세 가까이 살았던 미켈란젤로에겐 따뜻한 가족의 품도 없었고 대단한 제산도 없었습니다. 신분도 그렇게 높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그의 삶이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다소 냉소적인 예술관을 가진 현대의 앤디 워홀이나 마르셀 뒤샹도 아마 저 세상에서 미켈란젤로를 만났다면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형님 같은 예술 순교자 앞에서 너무 까불어서 미안합니다. 당신의 진지함이 있어서 우리가 한 참 세월이 지난 다음 헛소리를 하면서 사기를 좀 쳤지요" 이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가을에는 날씨도 받쳐주니까 뭔가 몰입할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했던 지성 까뮈는 이런 말을 했더군요.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 알베르 까뮈


올해 두 번째 맞는 봄이 지난 주말 빗소리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두 번째 봄에 커트 보네거트의 말처럼 책이라는 악기 한 권을 들고 연주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