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를 만든 사람들

스승과 부모의 일

by 호림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과 함께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피아노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리스트는 베토벤, 모차르트처럼 음악가의 아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소시민이었지만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관리인으로 일했던 리스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음악적 소양이 풍부해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곧잘 다루었다. 리스트의 부모는 어린 리스트가 피아노에 재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당대의 교습가 체르니에게 배울 수 있게 했다. 허리가 휘는 교습비는 리스트의 남다른 재능이 있었기에 집안에서 감내했다.


체르니는 리스트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손놀림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기초를 철저히 가르치며 2년간 교습한 후 연주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하기도 했다. 역사상의 대 교습가 체르니에게서 기초를 탄탄히 만든 리스트는 어느 날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신들인 듯한 연주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한 제스처, 다양한 애드리브를 섞은 연주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자신의 롤모델을 찾은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리스트는 실제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며 감성적인 숱한 명곡을 작곡하며 품성도 온화해 리스트와는 결을 달리하는 음악가였다. 연인 조르주 상드에 대비될 정도로 섬세하고 과묵한 편이었고 소수의 사교클럽 멤버를 위한 연주 이외에는 대중 연주를 극도로 꺼렸다.


반면에 리스트는 대중 앞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금발을 휘날리며 가슴에 단 각종 훈장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릴 정도로 격정적으로 연주했다. 그가 연주회에 입장할 때 끼었던 흰 장갑을 객석에 던지면 여성팬들이 달려들어 소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폴란드 태생의 쇼팽과 헝가리안 리스트는 동시대의 친구로 서로 음악적인 자극제가 되었고 각별한 우정을 꽃피우기도 했지만 성격은 대조적이었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의 주연으로 재능을 뽐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가렛

리스트를 보면 기본을 철저히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교사, 방향성 설정에 좌표가 되는 롤 모델,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는 좋은 친구의 존재는 한 사람의 사회적 성취를 위해 지금도 유효한 목록이 아닐까 한다. 부모님의 헌신과 자신의 재능이 받쳐준다면 금상첨화임은 물론이다. 대개는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삐걲거리기도 하지만 성장기에 이 균형을 맞추어주는 일이 스승과 부모의 일임은 예나 지금이나 또 예술이나 여느 분야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천재성이 반짝이는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로 리스트, 그리고 파가니니를 만나 잠시나마 장마의 우울을 걷어냈다.


(211) Evgeny Kissin La Campanella Liszt 리스트 라 캄파넬라 -종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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