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양 다른 가치
스트라디바리 선율에 귀를 맡기며
다국적 기업의 어느 인사 담당자는 갓 입사한 경력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회사는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처음 입사한 사람에게 덕담은커녕 너무 잔인한 말이 아닐까. 그 이후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다만 여러분들이 가진 기능을 사랑할 뿐입니다. 회사는 이익을 위한 조직이기에 여러분이 혹여 연봉에 답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냉정하게 인사 담당자의 말은 맞다. 공기관이나 공무원의 '철밥통'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도의 문제는 있지만, 그럴싸하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가식적인 말에 속는 것보다는 면역 주사를 세게 맞은 것이라고 후배에게 위로보다는 야속할지 모르는 한마디를 더했다.
대체 불가능한 기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17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에 답이 있을 수 있다. 그 당시의 가문비나무는 가뭄이나 추위와 같은 이상 기온이 나무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어 밀도가 촘촘해 악기를 만들기에 최적의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재료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라는 장인의 극한의 완성을 위한 혼이 배었기에 흉내 낼 수 없는 소리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이 탄생한 것이다. 경매가가 경신되곤 하지만 1,700만 불 이상, 200억 원을 상회하는 가격의 명기들도 그 희소성이 더해 속속 등장하고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
거대한 덩치의 피아노도 실은 2~3억 원 정도가 하이앤드 제품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돼지 목 따는 소리라며 음치를 비하하지만, 당시 스트라디바리 제작에는 돼지의 창자가 사용되었다. 돼지 창자현이 바이올린 활에 부딪쳐 깊고 그윽한 소리를 내는 것이기에 클래식 애호가들은 돼지에게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 보이저 탐사선에는 인류의 가치로 평가받는 여러 가지 음을 담은 황금 음반을 실어 보냈는데 거기엔 스트라디바리의 선율이 들어있었다. 외계인이 혹시 그 음반을 열어보고 반해서 지구로 온다면 그 음악성을 인정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인사 담당자의 말에 답하려는 후배의 마음가짐은 어쩌면 스트라디바리에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애끓는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의 울림을 들으며 극한의 완성도를 만들어낸 장인의 손길을 느껴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드물게 양대 명기를 사용한 마에스트로다. 계절을 거꾸로 돌려 베토벤을 만나러 봄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