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표절은 영혼을 갊아먹는 행위다. 그렇지만 의도 여부를 떠나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이우환 화백의 그림도 한 때 표절시비로 홍역을 치렀고, 화풍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모방과 표절의 경계에 선 작품들이 화제가 되곤 한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다둥이의 아버지이기도 해서 자녀가 18명이었고 막내아들이 모차르트를 몇 개월 간 교습할 정도였다. 바흐 일가는 대부분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서 바흐 가문은 서양음악사의 명문가다.
평균율 피아노곡집은 타임머신에 실어서 지구의 유산으로 보관한다면 음악분야로는 첫 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혹자는 바흐는 음악의 세종이고 이 곡을 훈민정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서양음악의 체계를 잡은 점에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것이다.
그런 영향권에서 베토벤도 피할 수 없어서 바흐의 작곡 성향을 일부 표절하기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다시피 해서 베토벤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비발디 같은 경우는 유사한 선율로 여러 곡을 만들어 요즘 같으면 자기 표절 시비에 걸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음악이나 미술은 물론 문학에서도 작가들은 서로가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몇 년 전 해외 작가의 소설과 작품 구성과 일부 문장이 거의 판박이로 판명되어 국내 유명 작가가 대중의 뭇매를 맞고 최근까지 작품 소식이 없다.
검은 피카소가 되었기에 바스키야는 피카소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계승한 이가 되었다. 피카소의 오마주가 보인다고 하면 표절이나 모방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 그 경계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오마주(hommage)’는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일을 가리켜 이르는 프랑스어다.
피카소나 뭉크 같은 화가들은 이미 그런 오마주를 넉넉히 받아들일 정도의 대가이기에 이들을 모방하는 일은 시비에서 비켜갈 수 있다. 고흐도 초기 습작기에는 밀레의 그림을 모작하며 그림 솜씨를 연마했고 밀레와 화풍과 유사한 그림들도 보인다.
좋은 것은 더 좋은 것의 적이다.
- 론다 코넘
우리는 정도의 문제이지 과거의 유산에 기대어 산다.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그랬다. 모차르트에게는 그의 아버지와 하이든, 그리고 바흐의 막내아들을 비롯해 많은 스승들이 있었다. 베토벤 또한 살리에리에게 배우기도 했고 선대의 많은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좋은 것에 만족해 스승의 기법에 기대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작품은 아류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인생을 바쳐 더 새롭고 의미 있는 작품을 갈구했던 것이다. 예술가의 이름으로.
재즈를 클래식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조지 거슈윈은 <볼레로>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에게서 배웠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제자에게 라벨은 당부했다. "너는 나처럼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거슈윈처럼 할 수 있다면 나처럼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닐 거야." 재즈 색깔이 진하게 녹아있는 <랩소디 인 블루>가 대표곡이지만 거슈윈이 현대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거슈윈은 스승의 <볼레로>와 경쟁하지 않았고 창조했다. 과거와 경쟁하면 절대 스승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거슈윈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재즈에 클래식을 접목한 음악이 일품인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는 그의 진면목이 보인다. 오페라에 녹아있는 흑인들의 절절한 정서가 담긴 <섬머타임>도 지나가고 있다.
경쟁하지 말고 창조하라.
- 피터 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