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 영국의 세계적인 아트페어 기획사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가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그림을 보며 그 다양성을 느끼며 도드라진 개성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프리즈가 첫 한국시장에 선을 보이기에 매스컴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는지 일부 관람권이 솔드 아웃되기도 했다. 김창열과는 다른 튀어나온 물방울이 있었고, 중국 회화 또한 '예술굴기' 바람 때문인지 상하이에서 서해를 건너온 독특한 작품들이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었다.
프리즈에는 피카소, 샤갈, 에곤 쉴레, 리히텐슈타인, 데미안 허스트...... 영국의 화이트 큐브나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한국시장에 작품을 선보였다.
다양한 작가군들의 색다른 관점이 돋보이는 그림,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시선을 붙잡았기에 몇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걸어 다녀도 피로를 못 느꼈다. 15,6세기에 제작된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천연색 칼러가 화려한 책들에 시선이 머문다. 라틴어인지 모르지만 해독이 불가능해도 손에 넣어서 가지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든 건 애서가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애호가들이 까치발을 하며 유명 작품을 사진에 담으려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피카소와 샤갈, 에곤 실레 작품 앞에서는 명성에 걸맞게 인파로 북적인다. 대작의 아우라와 거기에 길게 줄을 선 대중의 아우성, 연예계 스타를 보려고 줄을 선 청소년들의 풍경이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예술 애호가들이 그 아우라를 느끼려는 마음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프리즈는 상업적인 관점에서 세계 미술시장의 '핫 플레이스' 서울을 공략한 점에서 분명 성공했다. 서울 또한, 글로벌 메가 시티, 예술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키아프가 프리즈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렸는지 판매고가 상승했는지 실제로 갤러리스트가 체감하는 미술시장의 온도가 더 뜨거워지고 향후에 건강한 성장의 발판이 될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분명 예술은 올림픽이나 엑스포와는 다르다. 경쟁과 양적인 지표 이외의 섬세한 접근과 시민들 개개인의 깊은 심미안과 의식이 같이 성숙할 때 활짝 피어날 것이다. 고가의 예술품을 다루는 마음처럼 때로는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그릇이 아닌 크리스털 글라스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컬렉터인지 어떤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지를 묻는 호기심 어린 젊은 기자의 질문에 "저는 컬렉터는 아닙니다. 다만 그림을 사랑하고 거실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일은 즐기는 편입니다." 프리즈 대표가 한 말은 우문의 현답처럼 들린다. 사는 순간 거래의 수단으로 가치를 생각하는 조급함보다는 일정 기간 향우하고 되팔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찾는 마음과 절세와 수익성에만 목을 매달고 달려드는 마음은 분명 다를 것이다.
대형 아트페어가 장터라는 속성이 있더라도 졸부들의 파티로 요란하게 태풍처럼 지나가는 것으로만 끝나선 안 될 일이다. 차제에 문화예술계가 우리의 자화상을 세계시장이라는 거울로 바라보고 인사동 한켠 또 지방 어딘가에서 숨 쉬는 가난한 예술의 숨통도 생각하는 미술 장터의 성장과 함께 숙성될 길을 찾는 일 또한 예술정책 담당자가 등한시하지 말았으면 한다.
프리즈를 다룬 수많은 보도는 피카소의 수백억 원짜리 그림이나 유명화가의 화제작을 따라다니기 빠쁘다. 대중의 아우성을 부추기는 보도는 흥미로울 순 있어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 많은 기사 중에 가난을 운명으로 여기며 붓질을 멈주지 않는 미래의 이중섭을 조명할 여유는 없을까. 물론 대작을 컬렉팅 할 능력이 안 되는 어느 가난한 심미안의 푸념이나 제안이 될지도 모르지만. 예술가의 아내로 어려운 시절을 헤쳐 온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 여사가 부고가 들린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해도 뭔가 새로운 것들을 찾고 영원을 사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이 있다. 우리는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아름다운 그림과 선율에 눈과 귀를 맡기며 무한한 위로를 얻는다. 프리즈의 아우라가 업계 발전은 물론이고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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