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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 덩어리,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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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Nov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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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프란시스 베이컨을 좋아했고
노자의 도덕경을 즐겨 읽었다.
베이컨은 인체를
고깃 덩어리에 비유하며
다소 컬트적인 묘사를 즐겼다.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은
고깃 덩어리의 정신에 들어온
화두 하나를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진 화가다.
인간이 정신의 힘으로
사물의 본성을 깨치지 못하면
동물의 경지에 머물고 만다는
동양의 불교적인 세계관을
신봉한 듯한 화가,
그가 즐겨 읽었다는
노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이 물이라면
그 물을 구성하는
물방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90 평생의 반평생 이상,
거의 50년을
물방울에만 매달린 작가
김창열의 화두였다.
김창열 화백의 부인은
조심스레 말한다.
아들이 만든 다큐 영화에서
물방울에 집요하게 매달린
화가의 성실한 삶에 대해.
아마도 전쟁의 포연 속에서 본
죽음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해
삶을 낭비할 권리가
화가에게 없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한갓 고깃 덩어리에 그칠지
자신만의 물방울 하나라도
길어 올리는 삶이 될지
일상에서
속물성과 진정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죽음의 근처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삶을 낭비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특별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예술이 되는 삶과
소음에 그치는 삶의 경계,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어제 내린 비의 습기가
나뭇잎에
물방울을 무더기로 얹어놓은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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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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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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