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풍자희극 <돈주앙>을 썼다. 그 자신도 인간 세상의 돈주앙이었다. 하지만 그는 돈주앙보다 불행할 수 있는 여건이 하나 더 있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절름발이'였다. 그렇지만 그는 장애를 딛고 많은 여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이 남자 앞에서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나만큼 여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남자도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바이런 얘기다. 후세의 많은 이들은 그의 지적인 용모에 더해 탁월한 지성과 풍부한 학식을 매력의 비결로 꼽는다. 바이런의 지적 수준이나 필력은 신체의 핸디캡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한동안 책을 가까이하지 못해 괜히 뭔가를 놓치고 사는 듯한 조바심에 서점에서 책을 한 가방 샀다. 꾸준히 쌓은 기성의 가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만들 것이다. 헬스장에서 만든 알통도 중요하지만 지성으로 단련한 정신의 근육 또한 삶에서 빼놓울 수 없다.
시련이 닥쳐도 육체와 지성의 근육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에게 졸저를 드렸더니 내 다른 졸저를 추가로 주문해 읽겠다고 한다. 부끄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지적 호기심을 가진 분이라면 지성의 탄탄한 근육으로 사업 또한 튼실하게 일궈갈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마도 바이런의 매력은 수많은 시간을 읽기와 쓰기, 거기에 더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겸손한 귀로 들었던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낙엽이 길거리에 쌓여가는 늦가을, 문득 독서의 계절이 지나감을 느끼고 부랴부랴 책장을 넘긴다고 내면에 지성이 차곡차곡 낙엽처럼 쌓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약간의 불안감에 책장을 넘기며 가을의 끝을 붙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