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듣는 경구다.
최근 졸저의 출간을 도와주는 출판계 인사를 만나 베스트셀러의 뒷담화를 들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베스트셀러도 정말 실낱같은 인연의 꼬리를 물고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경우가 많다.
문전박대를 여러 번 당하다 "인세가 뭐고 출판만 해주면 영광이지요" 하던 작품이 대박이 나자 서로가 예상치 못한 성공 이후에 갈라서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로또 당첨자의 불행처럼 성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성공에 대한 관리가 안되면 더 처참하게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운칠기삼'의 인생 법칙을 얘기하듯 출판도 예측 못한 변수들에 희비가 갈린다.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 이상적이겠지만, 오너의 지혜나 욕심이 회사를 고속 성장시키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
악평이 있을 정도로 개같이 번 돈을 정승처럼 써서 출판문화 진흥에 기여하는 출판사 오너도 있었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히트 도서 한 권 내서 사옥도 사고,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장면을 맞았는가 싶을 때 도박으로 회삿돈을 탕진해 재기불능의 상태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정말 험한 직업에서 때로는 떳떳하지 못하게 번 돈을 정승처럼 써서 면죄부를 얻거나 정상참작이 되게 한 경우가 오히려 지속성이나 사회공헌에 점수를 줄 수도 있다. 책 한 권, 한 권 팔아서 정승처럼 번 돈을 도박장 같은 곳에서 탕진하는 사례는 사회에 해악이기 때문이다.
김밥 할머니가 대학에 평생에 걸쳐 벌었던 거금이나 어렵게 마련한 집을 기부한다는 뉴스를 무심코 지나칠 때가 있었다. 이런 할머니들처럼 정말 돈의 가치를 알고 멋지게 사용할 줄 아는 분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상적인 경우는 돈을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제일이 아닐까. 아무래도 학처럼 고고한 정승은 돈을 쉽게 벌지 못해서 개같이 벌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반려견도 하나의 가족으로 대우받는 시대이기에 인격, 아니 견격도 존중해야 하겠다. 그래서 견공처럼 성실하게 일해서 벌고 정승처럼 쓰라고 하면 어감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