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정교한 손재주를 뽐내는 것만이 아니라 표현양식이나 생각을 파는 것이란 점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흥미롭게 지켜본다. 추상화나 개념미술의 세계는 어떤 면에서 예술적 상상력의 경연이다.
기행에 가까운 일들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단박에 사고를 크게 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대중과 소통하는 작은 노력들이 누적되어야 하고 때로 그 진정성을 인정받는 과정이 때로 지난할 수도 있다. 뱅크시와 카텔란도 하루아침에 부각된 존재는 아니다.
이런 방면에서의 끼와 전위성에 대한 예술적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가난과 대중의 외면을 묵묵히 견녀낸 익숙한 이름이 떠오른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나체 공연 퍼포먼스를 펼치고 피아노를 부수기도 하고 연인인 구보타 시케코에게 성기로 글씨를 쓰게 하고..... 공연장에 온 관객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들었던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남준 백이다.
젊은 남준은 한 때의 연인 구보타가 이혼한 직후 자신의 집에 찾아와서 시민권도 없어서 몹쓸 병을 치료할 길이 막막하다고 하자 지신의 시민권을 이용해 치료하라고 했다. 그러자 구보타가 망설이자 까짓것 결혼하면 해결되니까 어서 치료하라고 하고 별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작업에 몰입했다는 일화다. 예술가 청년, 남준에게는 예술에만 매달리는 열정과 인간미가 있었기에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백남준이 되었을 것이다.
돈벌이,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먹고사니즘'보다 거룩한 일도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예술가는 분명 다른 지점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경지를 찾으려는 자신 만의 혼이 없다면 예술을 향한 에너지는 쉬이 고갈될 것이다. 개념미술을 추구하는 이의 가장 본질적인 개념은 '진정성'일 것이다.
거장의 기예를 흉내 내거나 그 그늘에서 더 큰 밥벌이를 고민하는 일에 그친다면 예술직업인은 될지 몰라도 시대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아마도 푸치니가 앓았던 예술에 대한 열병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 받지 못했을 것이다.
(87) 미디 음악 : 푸치니 - 나비 부인 '허밍 코러스'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