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찰이 담긴 책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몽테뉴의 <수상록>은 동서를 넘어 늘 최고봉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천하를 얻은 기쁨에 취할 새도 없이 이민족의 침입에 대비해야 했고 복잡다단한 내정 또한 황제의 정신의 고요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늙고 지친 황제가 밤을 밝혀 자신과 대화하며 한 땀씩 써 내려간 명문장이 <명상록>이다.
높은 지위와 명예를 뒤로 하고 자신의 영지에서 은거를 결심한 몽테뉴의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높다란 망루 위에 침실과 서재만 덩그러니 있는 거처에는 정적만이 그의 친구가 되었다. 몽테뉴가 질병을 달고 살면서 쓴 일상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미셀러니가 되었다.
흑백이 컬러로 바뀌며 온 산천이 기지개를 켜며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다. 몽테뉴는 수필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래도 당신은 숨 쉬며 살아있었다고. 겨울을 견딘 생명들은 결코 죽지 않았다. 자태를 뽐내는 벚나무, 진달래, 목련...... 지난겨울 이 친구들은 우리의 시야에 없었다. 그래도 앙상한 가지 어딘가에서는 생명의 흔적이 있었고 깊은 뿌리는 흔들리지 않아서 그 혹독한 추위와 고독을 견뎠기에 지천으로 만개한 봄꽃을 피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