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꿈꾸며

by 호림

높은 지위와 권력, 부를 얻으며 동 시대인의 부러움을 산 이들은 많지만 인류에게 내면의 존경을 이끌어 낸 이는 찾기 쉽지 않다. 인간의 존엄과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자신을 던질 용기를 가진 이들을 영웅이라고 하고 숭배한다. 그런 위인들과는 약간 다른 결을 가진 삶을 살다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던 두 사람이 떠오른다.


아르헨티나의 유복한 집안의 의대생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남미의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을 체험하고 무엇이 옳은 삶인가를 고민하다 의사 가운 대신 전투복을 입고 투사의 길을 갔다. 이념이나 진영의 경계를 넘어 세계 젊은이들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 그는 근엄한 영웅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베레모가 잘 어울리는 젊고 잘 생긴 용모로 팝 스타와 같은 지위를 얻었다. 많은 이들은 이 39년 간의 짧은 삶에 대해 20세기에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다 간 인간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품들은 우리를 동심으로 이끈다. 그의 44년 간의 길지 않은 삶 또한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들로 가득했다. 전투기 조종사였지만 일찍이 작가로서도 명성과 부를 얻었다. 안락한 삶에 뭔가 빠져있는 진정성은 그를 이국에서 유명 작가로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꺼이 참여한 전투에서 그는 실종되었다. 끝내 시신이 수습되지 못했지만 그는 세계인들에게 <어린 왕자>로 남아있다.


체 게바라와 생텍쥐베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삶이 예술로 변하는 지점은 어디일까를 생각해 본다. 봄밤의 서늘한 공기에 실려온 초침 소리가 생텍쥐베리의 문장을 불러냈다.


나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이어질 순간을 위해 산다. 나는 매초 부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기쁨 속에서 환희를 뒤쫓으며 산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경이로운 쾌락을 맛보기 시작한다.......

매초 내게 생이 주어지는 것 같다. 매초 내 삶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산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언제나 살아 있다.

- 생텍쥐베리 <전시 조종사> 중에서


연일 들려오는 아름답지 못한 뉴스가 비루한 진흙탕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 속에 살면서도 게바라의 베레모와 어린 왕자의 순수를 잊지 않는다면 그래도 그 삶은 예술로 승화될 가능성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236) Brahms Waltz 15 사랑의 왈츠 #brahmswaltz #brahms #브람스를아세요 - YouTube

이전 01화당신이 작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