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도 이런 퍼포먼스를 하면 괴짜라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마르셀 뒤샹은 예술도 인생도 기존의 것에 대한 끝없는 회의로 일관했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스스로의 삶을 예술가의 진정성을 향한 몸부림 속에 온전히 맡겼다.
그림과 조각 등의 형태를 창조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내 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 마르셀 뒤샹
이런 마르셸 뒤샹의 삶과 예술도 누군가가 기억하고 알려서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특별한 삶과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수도 있다. 대부분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죽음과 함께 그 작품도 생명을 다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 출판인은 어느 화가의 삶을 책으로 기록한 일에 대해 대단한 직업적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알고 지내던 30대 화가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모두가 망연자실할 때 그의 작품과 삶을 기록한 것이다. 그림이 조금 지인들에게 팔린 정도였고, 창고에 쌓인 몇 점의 그림이 전부여서 자신의 굳건한 브랜드를 구축한 화가와는 거리가 있어도 뭔가를 보존해애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출판인은 특별한 추억을 나눴던 그 예술가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 일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결코 인생의 낭비가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기록을 보존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내로라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더러는 어떤 삶과 작품 전체가 송두리째 매장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세상의 햇빛을 보게 한 잘 보이지 노력이 숨어있다.
30대에 이국에서 죽었고, 매니저이자 후원자인 동생마저 죽었다. 슬픔의 한가운데서도 그의 일기와 작품을 보존하고 알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린 이 화가의 제수씨 되는 그 여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30대에 작고한 이 화가만 세계 회화사의 거인으로 기억한다. 반 고흐 이야기다.
기록하고 예술에 생명을 불어넣어 보존하는 손길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예술가의 흔적도 사라졌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