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로 연약하기 그지없지만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위대한 생각의 힘을 가졌다고 했다.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말할 때 베이컨과 함께 거론되는 철학자 데카르트는 그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oto ergo sum)
스무 살의 청춘 르네 데카르트가 파리로 청운의 꿈을 품고 왔을 때 그 또래가 그렇듯이 그가 빠져들 것들은 즐비했다. 술, 도박, 여자와 파티가 유혹하는 나날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데카르트를 그저 그런 청춘들과 구별하게 만든 '생각'은 그를 그 말초의 즐거움에서 탈출시킨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토마스 아퀴나스...... 이름만 들어도 그 앞에 고개를 숙이거나 주눅이 들 것만 같은 지적인 거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로 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한적한 시골로 숨듯이 떠났고 거의 1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책과 사색으로 자신의 지성의 세계를 가다듬다가 이때 그는 돌연 '30년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그의 인문학적 사고는 더 익어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전해 부상까지 당하며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집필해 냈고, 소크라테스 또한 10년간 스파르타와의 전쟁에 참전한 이력이 있다. 이 대사상가와 문호는 피 튀기는 전장에서 인간의 진면목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처절한 생각의 전장에 자신을 내 몰았던 이는 현대에도 있었다. 상업용 컴퓨터의 시조 격인 IBM의 토마스 왓슨은 회사경영의 모토로 'think'라는 한 단어를 택했다. 자나 깨나 생각한 경영자가 그의 재임 시 연구원이 수상한 노벨상 수상자만도 5명에 달한다.
'thunk'에 한 단어를 더 붙여 "think week"를 만들어 매년 2주 내외로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었던 경영자가 빌 게이츠였다. 개인용 컴퓨터가 만개할 수 있었고 MS사가 시장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빌 게이츠의 "think week" 덕분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철학과를 중퇴한 괴짜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내건 모토는 "think different"였다.
캘리그래피 수업을 청강하며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다자인을 입힌 편집광이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아이폰으로 다시 한번 바꾸었다. 잡스는 자신의 제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해도 될 정도여야 하고, 컴퓨터 내부를 들여다봐도 먼지투성이가 아니라 배선 자체도 예술이어야 한다며 직원들을 들들 볶기도 했다.
인류문명의 시간 100에서 국가 간의 크고 작은 전쟁의 시간이 95 이상이고 평화는 고작 5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아직도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야만이 이성을 이기는 영상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즐기는 가운데 문득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시 데카르트를 생각해 본다. 그 싱겁고 단순할 수 있는 명제, "코키토 에르고 섬"을 만든 20대 청춘의 "think year"가 없었다면 서양의 합리론은 상당기간 더 겨울잠을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피엔스이기에 청년 데카르트의 잠언을 되새기는 순간, 야만의 시계를 멈추고 골리앗의 근육보다 한 줄 빛나는 이성이 담긴 문구의 힘이 세다는 계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