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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Nov 11. 2023

습관의 디폴트값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은 천재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그의 생활습관은 괴짜 같은 면이 있었다. 그는 샴푸와 린스를 하지 않고 비누만으로 머리와 온몸을 씻었다. 의아해하는 질문에 같은 몸인데 굳이 구분해서 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반문을 했다고 한다. 옷장에는 같은 옷이 10여 벌 있어서 매일 아침 어떤 것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치 똑같은 검은 터틀넥 티셔츠를 100여 벌 가지고 있었던 스티브 잡스가 연상된다.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라 생활의 루틴도 시간관리의 이점에 착안했던 것으로 짐작한다. 많은 이들은 아침에 씻고 무슨 옷을 입을지부터 선택의 고민으로 시간을 제법 쓰게 되기에. 그렇지만 범인들은 그 선택과정을 즐기기도 하면서 취향을 발산한다. 대단한 성취를 위해 촌음을 아끼는 쪽보다는 작은 행복에 탐닉하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는 식사 메뉴부터 무수한 선택에 직면한다. 이런저런 선택의 고민들은 정작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을 앗아간다. 우직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뭔가를 성취하는 사람들은 남들의 시선을 그리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몰입 대상 이외의 부가적인 일들에는 무심하거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소홀했다. 또 다른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러쿵저러쿵 품평하는 시간도 아꼈다. 자신의 목표 지점을 위해 침묵하거나 쉬는 것이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일이었다.


매년 그렇듯 달랑 두 장 남은 달력은 시간을 붙들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늘 아쉬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인들의 성취를 생각하면 시계 초침 소리는 천둥처럼 요란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디폴트값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보통 하루 세끼를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일일 일식을 선택한다. TV시청이나 운동 시간이며 건강과 지성을 다듬는 방식도 다르다. 최적의 값은 자신만의 것이고 그것이 옷처럼 우리 몸에 맞는 것이어야지 무턱대고 성취도 높은 다른 이들을 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0분이라도 독서하는 습관을 들인다든지 맨손체조로 하루를 열어보면 어떨까. 웬만하면 하루에 30분이나 1시간 정도는 대단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짜낼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13살 이상 한국인 중에 지난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8.5%에 그쳤다고 한다. 국력은 지력에 비례할 수 있는데 지력의 저하와 지성의 빈곤을 걱정하게 하는 통계다.


이미 많은 이들은 인터넷의 짧은 영상과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지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인스턴트식품처럼 휴대폰을 들고 귀만 열면 그저 편하게 떠먹여 주는 정보에 익숙해져 있다. 긴 호흡으로 깊게 생각하는 힘이나 비판적 사고능력은 양서를 읽고 생각하는 가운데 길러진다.


구본형은 생전에 자기경영을 강조한 변화경영 사상가인데 매일 2시간을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꽉 붙들고 살라고 당부했다. 2시간이 길다면 1시간 정도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디폴트값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잘못된 디폴트값 때문에 당신의 인생은 잠재력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 대개 인간의 잠재력은 개발된 것보다 미처 발현되지 못하고 숨어있는 것이 더 많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죽기 직전에 자기 내부에 묻어놓은 채 그냥 썩혀버린 것이 너무도 많다고 한탄했다.



(95) David Garrett - VII. Träumerei (by Schumann)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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