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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Nov 23. 2023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그 유명세 때문에 익히 알고 있지만 결코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모나리자>당당히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제아무리 만수르라도 살 수가 없다.


프랑스가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많은 관광객들이 루브르에 가는 이유 중에는 이 미술작품의 황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알현하려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은 루브르 입장료나 입장객 수를 고려해 수조 원의 가치를 매기기도 한다.


러시아 에르미타쉬박물관은 상당 부분 카테리나여제의 광적인 수집벽에 빚지고 있다. 여제는 취향의 심미안이 독특한 미식가라기보다 대식가 쪽으로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을 서유럽에서 사들였기 때문이다. 렘브란트에서 고야에 이르기까지 수집한 그림들은 러시아만이 아닌 인류의 유산으로 보존되어 있다. 아마도 여기에 소장된 작품들도 세상에 나온다면 엄청난 화제와 함께 거래기록을 갈아치울지도 모른다.


사실 세상의 그림 중에 가장 비싼 그림의 랭킹을 매기는 일은 거래 기록을 찾아보면 별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국가적 보물로 여겨져 박물관에 고이 보관되어 거래되지 않는 명화들도 시장에 나온다면 랭킹의 판도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고가의 그림들에는 그만한 화가의 삶의 스토리가 숨어있고 그런 이야기들이 그림 값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거래가격 면에서 톱클래스를 차지하고 있는 반 고흐나 폴 고갱의 스토리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20세기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할만한 잭슨 폴록과 빌렘 드 쿠닝의 교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폴록과 쿠닝의 작품도 대단한 거래기록을 남겼다.


빌렘 데 쿠닝과 잭슨 폴록은 상당기간 교류하며 현대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의 생활을 추적하면 술과 여자,  정신적 우울이 삶을 지배한 경우가 많았다. 천재성이 있었던 폴록 쪽이 더 심했다.  사교의 장에서 늘 상대방을 불안하게 정도로 술에 찌든 삶과 정신적 공허가 어쩌면  폴록의 그림에 투영되었는지도 모른다. 차분한 붓질이 아닌 소위 '액션 페인팅'으로 에나멜페인트를 캔버스에 들이부은 폴록의 기법도  어느 정도는 일상에서 일탈한 과격한 광기의 발로는 아니었을까.


아마도 맨 정신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아찔한 질주를 견디기 힘들었던 천재는 알코올로 몸을 마취시키다시피 한 채로 예술작품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폴록은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 부를 축적할 여건이 되었지만, 고급승용차에 애인과 친구를 태우고 질주하다 사망했다. 44세라는 나이는 아직 그 예술세계를 만개하게 하기엔 안타까운 나이임이 분명하다. 물론 20대에 요절한 검은 피카소 바스키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쿠닝은 네덜란드에서 밀항해 36년이나 되는 시간을 불법이민자로 살다 시드니에서의 개인전이 대박을 치면서 시민권도 얻고 미술 부호의 반열에 오른 극적인 삶을 살았다. 폴록과 술친구로 교유하며 서로 질투도 하고 치기 어린 시절에 우정을 나눈 사이였다.


44세에 첫 개인전을 열며 늦깎이로 데뷔한 쿠닝은 아마도 폴록에 비하면 자신의 삶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자책 탓인지 폴록의 전 애인과 사귀기도 하고 폴록의 무덤 주변에 거처를 정하고 살기도 했다. 폴록의 유령의 그를 괴롭혔기 때문일까.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을 달고 살면서 예술가 생애에서 슬럼프의 시기가 더 길 정도였던 이 예술가는 아흔 넘게 살았다.


그림의 테크닉이나 화풍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화가의 예술을 대하는 마음과 삶의 밀도가 그림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중동의 거부들과 러시아 재벌들이 랭킹을 갈아치울 준비를 할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 고가에 거래된 그림들의 랭킹에 고흐와 고갱, 폴록과 쿠닝의 그림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가에 거래된 그림들 TOP16


1위 ‘살바토르 문디’ - 레오나르도 다빈치 : 4억5030만달러


2위 ‘인터체인지’ - 윌렘 드 쿠닝 : 3억달러


3위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 폴 세잔 : 2억5000만달러


4위 ‘언제 결혼하니?’ - 폴 고갱 : 2억1000만달러


5위 ‘넘버 17A’ - 잭슨 폴록 : 2억달러


6위 ‘넘버 6(바이올렛, 그린&레드)’ - 마크 로스코 : 1억8600만달러


7위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의 초상’ - 렘브란트 : 1억8000만달러


8위 ‘알제의 여인들(버전 O)’ - 파블로 피카소 : 1억7940만달러


9위 ‘누워 있는 나부’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1억7040만달러


10위 ‘마스터피스’ - 로이 리히텐슈타인 : 1억6500만달러


11위 ‘누워있는 나부(왼쪽으로 기댄 나부)’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1억5720만달러


12위 ‘꿈’ - 파블로 피카소 : 1억5500만달러


13위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구스타프 클림트 :1억5000만달러


14위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습작’ - 프란시스 베이컨 : 1억4240만달러


15위 ‘넘버 5, 1948’ - 잭슨 폴록 : 1억4000만달러


16위 ‘여인 III’ - 윌렘 드 쿠닝 : 1억375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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