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림 Nov 26. 2023

예술과 시장의 불편한 동거

많은 이들에게 예술은 그저 돈과 일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된다. 고상한 딜레탕트의 장식품이 되기도 하고 청소년과 어린 청춘들에겐 고가의 티켓을 끊어 자신의 용돈을 탈탈 털어도 대단한 만족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은 상당 부분 예술에 대한 우리의 복잡한 심사를 대변한다.


예술은 돈이나 일과 완전히 별개로 보일 수 있다. 예술하면 사람들은 대개 사치, 휴가, 특별한 행사 등을 떠올린다. 예술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19세기의 점잖은 사람들이 섹스를 생각하듯 본다. 모든 시대가 그랬듯이 19세기에도 섹스에 집착했지만, 예민하고 생각이 깊은 부류들은 위험성을 날카롭게 의식했고, 드러내놓고 입에 올리기에 곤란한 주제라 여긴 탓에 순수와 순결을 강조하는 설교로 마무리했다. 그 반작용으로 후세의 해설자들은 정반대 극단으로 달려가 생을 찬미하고 금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더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라 상상했다. 물론 섹슈얼리티는 불가결한 동시에 고통과 혼란의 원천이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여서 섹스처럼 깊은 감동과 강한 불만족이 뒤섞여 있다.

       -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p. 162


20대에 이미 화제가 되고 죽자마자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바스키야가 있었고, 대기만성의 작가들도 많다, 80이 넘어서 팔리는 작가로 빛을 본 고 박서보화백도 있었다.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면서 지하 작업실에서 고투를 벌이는 화가도 한 번은 뜨겠지 생각하며 오선지에 곡을 쓰거나 작은 무대에서 자신의 혼을 쏟아붓는 음악가 또한 이 시대에 존재할 것이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일거에 사람들을 관심을 사면서 반짝하는 이들도 있다. 돈과 명예를 넘어 단단한 팬덤을 이끌고 문화권력으로 자리 잡은 아주 드문 케이스는 드림산업의 하나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효도 티켓의 티켓팅에 실패하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는 후배도 이런 거대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에서 극단의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는 싫으나 좋으나 팬덤 문화의 강력한 힘을 체험했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자로 제법 성공한 친구가 연말 성수기의 치열한 전정에서 살아남을지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 못 올리고 묵혀둔 공연이 쏟아져 더 치열해진 시장, 거기에 특급 대우를 요구하는 배우들의 개런티가 마음을 무겁게 하고 수익성은 가볍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감동과 강한 불만족이 뒤섞여 승자의 포효 한편에는 늘 재주를 곰처럼 넘지만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종사자와 스타가 아니라서 소외되는 약자가 있다. 그래도 드림산업이라는 말에 걸맞게도 그 환상과 정신적인 마약에 노출된 이후에는 늘 그 판은 친구를 놓아주지 않을 듯하다.    


Les Miserables - 10th Anniversary concert (KOR SUB) - YouTube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