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인간의 본질은 욕망"이라고 했다. 스피노자가 말한 욕망은 식욕, 성욕 같은 기본적인 욕구에 더해 권력욕이나 명예욕 또한 인간의 속성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욕망이 있으면 그걸 실현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역량이 있으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라고.
수험생들이 입시를 마무리하는 국면이다. 자신의 수능점수나 능력이 좋은 대학에 가려는 욕망에 비례하지 못할 경우 대개 입시에 실패할 가능성은 높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자신의 능력에 비례한 권력욕이 따를 때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패배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입시나 선거, 모두 자신의 능력만이 아닌 외부의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입시는 눈치 지원에 따른 경쟁률 상황, 선거는 지역이나 경쟁자 변수가 행운과 불운을 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종국에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꾸준함이 늘 이기는 경우가 많다. 시 한 편을 음히해보자.
사마시 합격 날 일곱 걸음에 쓴 시
조수삼
뱃속에 든 시와 책이 몇백 짐인데
올해에야 가까스로 난삼을 걸쳤네.
사람들아 몇 살인지 묻지를 마소.
육십 년 전에는 스물셋이었다오.
태평성대에도 벼슬은 허망하지만
사람들이 다 늙은이 얘기하며 웃네.
성균관 진사시 이번 발표 보고
온 나라가 조수삼 이름에 놀라네.
司馬唱榜日口呼七步詩
腹裡詩書幾百擔 今年方得一襴衫
傍人莫問年多少 六十年前二十三
堯舜君民妄夯擔 相逢人笑老生談
成均進士今春榜 一國皆驚趙秀三
사마시는 조선시대 하급관리를 뽑는 시험인데 조수삼(1762~1849)이 합격한 나이는 무려 83세니까 지금으로 치면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격이다.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87세까지 장수했으니 말년을 공직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산 인생이었다.
전설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아흔 살이 넘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아직도 매일 연습을 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리 연습에 열중하는지요?"라고 묻자 "지금도 매일 내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선배의 아들이 재수를 했지만 입시에 실패했다. 군대에 갈지 어쩔지 실의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 청춘에게 3수를 각오하라는 말은 좀 잔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긴 인생을 보는 선인들의 시선은 청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해답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최근 예순을 넘긴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의 뿌듯한 미소 또한 너무 멋있게 보였다.
피아니스트 박진우 -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