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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Mar 12. 2024

작가 되기의 어려움

아마 사람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이런 세상에서(이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화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 말할 겁니다. 하지만 산다는 건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 하이메 셈프룬

 

사진이 나오고 화가들은 다 망했다고 통곡하는 소리가 있었고, 텔레비전이 나오고 영화업계가 조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는 라이트 형제를 사기꾼이나 저능아 취급하는 것은 당시의 상식이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금까지 웬만한 건 다 발명되어 이제 더 이상 발명할 게 없다는 헛소리를 대놓고 했다. 불과 200년이 채 안 된 일이다. 인류역사를 하루로 보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기술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발전했다.


AI가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시대에 들어서는 듯하다. 인간의 일은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까. AI가 상당 부분을 대신해 잔재주나 요령을 피운 과제물도 넘친다. 워낙 정교해져서 눈 밝은 교수들에게는 거의 다 걸리는 시대도 금세 지나갈지 모른다. 뜨거운 심장도 눈물도 아직까지는 AI가 아닌 인간의 것이라고 하지만 눈물 흘리는 로봇도 만들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AI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라파엘로의 그림을 흉내 내고 기가 막힌 시를 쓰는데 예술가들의 설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아직은 작아 보여도 어디선가 들린다.


화가만이 아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제대로 된 일이나 작품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건 반드시 기술의 진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술에서 '진정성'이라는 불변의 상수는 언제나 어렵게 얻어질 수 있지만 '감동'이라는 신호를 동반한다.

 

(88) Lalo symphonie espagnole 1st Kyung-wha Chung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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