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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Oct 24. 2021

패악질

왜 나쁜 자들이 기회를 얻는가

패악질은 권력자가 머리를 쓰지 않고 일을 굴리는 가장 쉬운 길이다. 사람들의 자존심을 긁으면서 아무 말로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어보라. 그다음 진행되는 일사불란한 일 처리 속도의 쾌감을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패악질은 끊을 수  없다. 


험담질은 조직이 머리를 쓰지 않고 세를 불리는 가장 쉬운 길이다. 다른 조직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큰 목소리로 끊임 없이 소문 내라. 타인의 평판을 낮추는 방법으로 자신의 포지셔닝에 시간과 기회와 이익을 얻어본 사람은 험담질을 끊지 못한다. 


지적질은 초심자가 머리를 쓰지 않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올바르고 똑똑하게 보이는 가장 쉬운 길이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자신을 뺀 모두가 산적한 문제를 방치하는 데 동참했다고 해보라. 지적질을 통해 자신의 일거리를 만드는 데 습관이 된 사람들은 그것을 끊지 못한다. 


패악질, 험담질, 지적질은 그 적나라한 성격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빨리 본다. 이렇게 고민 없는 방식으로 자기 효능감을 높이면서 기회를 잡는 데 중독되면, 조직 지능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에 자기가 뭔가를 잘한다는 착각은 점점 커진다. 가장 멍청한 것은, 이 세 가지 스킬을 계속 쓰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다. 기회를 두 번 줄 것도 없다. 첫 무대 에서 가장 먼저 시전한 스킬이 저 셋 중에 하나인 사람은, 그 다음에도 반드시 그 스킬을 쓴다. 


왜 자꾸만 이런 자들이 기회를 얻는가? 기회를 주는 것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미덕은 가면이다. 별다른 대안도 뾰족한 수도 없는 시스템에서는 그저 목소리 큰 잔머리꾼에게 기회를 줘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냥 방관하며 저들끼리 자연스레 정리되길 기다릴 뿐이다. 이 또한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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