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으로 보내준 졸업사진을 보고 언제 이렇게 훌쩍 컸는 지, 사진 속 여인이 낯설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네가 태어나기 직전, IMF 여파로 인쇄디자인업계도 힘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직원 감축 없이 버텼고 다른 업체가 문을 닫은 덕분에 일감이 쏟아졌어.
오랜만에 쉬는 일요일, 거실로 찾아온 햇빛을 소파에 누워 멍하니 보는데, 싸구려 융탄자가 움푹 들어간 것처럼 내 동선이 바닥에 그대로 보이는 거야. 엄마는 출산 준비로 외가에 있었고, 나는 집에 오면 잠자기 바빴으니 청소를 한 달 가까이 못해서 내가 다닌 동선 외엔 먼지가 소복하게 쌓였던 거지.
그렇게 바쁜 날들 덕분에 네가 태어나는 시간에도 함께 있지 못했어. 거래처에서 받은 전화에 아무 말 없이 울먹이는 네 엄마 목소리를 듣고, 뭔 일 생겼구나 싶었지만 겁이 나서 뭔 일이냐 묻지 못했어. 괜찮다, 아무 일 없을 거란 말을 했던 것 같아.
처음 본 너는 기관지와 심장 박동이 약해서 인큐베이터 속에서 이마에 링거를 꽂고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꼼지락댔어. 며칠 경과 지켜보고 상황이 나빠지면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데, 모두의 염려 덕분으로 통원치료받으면 된다 해서 일주일 후에 퇴원하고 집에 왔지.
그래서 기침만 해도 양가 할머니들까지도 바짝 긴장했어. 그러던 네가 뒤집기를 하고, 버둥버둥대다가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걸을 때 얼마나 기쁘고 놀라웠겠니. 그 후로 다행히 크게 아픈 일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컸어.
나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네가 받았을 상처가 컸을 텐데,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견딘 너에게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