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일기>, 롤랑 바르트
“사람들은 슬픔의 이유를 아주 당연한 것처럼 일상적인 현상들로부터 찾으려고 하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넌 사는 게 별로 만족스럽지가 못하구나?-그런데 나의 "삶“은 잘 흘러간다. 아무것도 일상 속에서 모자라는 게 없다: 하지만 아무런 외적인 장애가 없어도, "돌발적인 사건들”이 없어도, 그 어떤 절대적인 결핍의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그건 “슬픔“이 아니다. 그건 순수한 비애다-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무엇으로도 상징화할 수 없는 그런 결핍감. “
“나의 슬픔은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나의 슬픔은 그러니까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구체적인 일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들이라면 나는 어느 정도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가 있다. 생각보다 나의 근심 걱정이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는 믿음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일종의 가벼움 혹은 자기 관리가 그런 일들 속에서는 가능하다.
나의 슬픔이 놓여 있는 곳, 그곳은 다른 곳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라는 사랑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 “
이별의 이유가 애타게 궁금했고, 그렇게 무참히 짓밟고, 비교하며 떠난 그는 마음 편히 잘 지내는지 궁금했고, 그걸 궁금해하는 나 자신이 초라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슬픔은 모습을 바꿀 뿐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했다”는 현재가 아닌 과거 시점이다. 그 뜨거웠던 지점에 대한 몸의 기억이 남았는데, 그 기억은 여전한 현재인데 사랑의 관계는 찢어지고 끊어졌다. 메울 수 없는 과거와 현재의 간극, 그 차이가 존재하는 한 슬픔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