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겪은 수십 번의 시행착오 덕분에 지금이야 어떻게 배송하는 게 그나마 힘이 덜 들는지 동선이 그려지고,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골목은 최대한 배송지에 가깝게 접근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훤하게 길을 안다고 그 길이 짧아지거나 비탈길이 평지가 되진 않는다. 5년 차 택배족으로 몸의 힘듦을 조금 줄일 요령이 생긴 정도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배송집수가 늘어나니 몸의 힘듬은 여전하게 반복된다.
택배노동자 신입 시절, 한국의 산토리니,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이 고정노선이었다. 차량 접근이 가능한 곳보다 비탈길과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배송지가 더 많은 곳, 배송요령도 없으니 지도에 뜨는 대로 배송지를 찾아다녔다. 다리가 후덜 거리고 온몸은 땀범벅, 입에선 단내가 폴폴 날 지경인 배송 막바지였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마음은 급해지는데 배송주소지에 해당 호수가 없다. 주변을 몇 번 둘러봐도 입구를 찾을 수 없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이럴 때 고객은 전화를 안 받는다. 아~ 젠장! 포기하고 차량으로 돌아가는데, 오오오~ 이거 뭐야! 출시 때 원형 그대로 유지된 듯한 짙은 노란색 #포니_픽업, 넋을 잃고 차량 주변을 서성댔다.
시간이 흘렀고, 배송구역이 몇 차례 바뀌고, 회사 이전으로 2번 이사했다. 배송구역이 조정돼서 감천문화마을로 다시 배송을 왔다. 5년이 지났건만 여전한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는 포니 픽업! 사람도, 마음도 언제든 바뀌고 그걸 당연시 하는데 여전해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