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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May 10. 2024

너도나도 원조를 내세우는 시대

오랜만에 파트너에게 라이딩 가자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콜! 5월 4일(토), 목적지는 마산 아구찜과 문신미술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듯 언제나처럼 빵집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위탁사업자들의 공공자금 불법 수령을 알게 됐는데 한두 업자가 아니라 업계 전체에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고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인데 어떻게 대처할까로 오늘의 수다 시작.


-담당 공무원은 알아?

-알지. 파장이 클듯하니 개별업자의 일탈로 한정하고, 관련업계엔 경고하는 걸로 마무리할 낌새던데

-형, 생각은 어떤데?

-그런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면 안 되지. 세금도둑인데

-형한테 귀찮은 일이 생기고, 압박이 올 텐데

-그래도 불법적으로, 더구나 타인의 임금을 갈취한걸 그냥 넘어갈 순 없지

-형, 우리가 30년 만에 다시 만나고 오토바이 타면서 본격 어울린 게 1년 정도 됐나?

-그렇지

-지금껏 본 형 모습 중에 제일 생기발랄하고 의욕적이야. 끝까지 가, 응원하고 지지할게

-오키


15여 년 전, 업무차 마산에 일주일 정도 머물 때 사업 파트너가 마산 사람들 해장코스 중에 하나라며, 여기가 진짜 원조라며 데리고 갔던 아구찜집. 부산도 유명한 아구찜집이 있고 아구찜을 좋아해서 제법 다녔던지라 별 기대 없었다. 뭐 아구찜이 거기서 거기지 다를까 싶었다.


어~ 다른데! 반건조가 아니라 코다리찜처럼 바짝 마른 아구에 콩나물과 고춧가루 양념에 달랑 동치미 국물로 끝. 부들부들 몰캉한 생아구살과 미더덕(요새는 새우, 조개도) 넣고 물녹말 풀어서 걸쭉한 양념에 면사리에 익숙했던 입맛이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그냥 스트레이트로 쭉 치고 들어오는 단순하고 맵싸하게 얼얼한 맛에 당황했다.


아구찜 거리로 명명된 이곳엔 한 집 건너 아구찜 집이고, 너도나도 원조, 진짜 원조, 원조에 원조를 내세우고 있는 건 15년 전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게 원조끼리 무한경쟁하다가 1965년부터 아구찜을 했다는 원조는 망했는지 가게 불이 꺼졌다. 먹을 거 없고 흉측하게 생긴 데다 그물을 찢는 이빨을 가진 아구는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구가 걸리면 아무 데나 던져뒀는데, 먹을 거 변변치 않던 시절에 누군가가 마른 아구와 콩나물, 고춧가루 양념으로 찜을 했을 테고, 먹어보니 맛이 괜찮아서 퍼졌을 거다. 마른 아구는 시간이 걸리니 생아구로 찜을 해봤는데 그것도 괜찮알을테고, 1980년대 이후 중산층의 가족 외식으로 가격대가 있는 아구찜 전문식당들을 찾으면서 생아구찜 방식이 더 확산되었지 않을까 멋대로 추측한다. 어쨌든 수요미식회에도 나왔고, 그래서 성지 순례족들이 제법 와서 그런지 15년 전에 비해선 매운맛이 많이 순화되었고, 생아구찜 메뉴도 생겼다.


-어때?

-괜찮은데

-그지. 다른 아구찜은 생각 안 나는데, 이 짖은 한 번씩 생각나더라

-동치미 말곤 반찬이 아무것도 없는데, 밥이 들어가네

밥 두 그릇씩 먹고 달달한 자판기 커피 뽑아서 입가심했다.


너도나도 원조를 내세우고, 유명한 원조라면 무조건 찾는 시대지만 정작 원조를 있게했던 originality보다 history만 본다.


나의 생을 돌아보면 화살이 떠오른다. 화살은 휘어 날아가 어디엔가 확 박히면 뽑아내버리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꽂혀있다.” -문신(1923~1995)-


문신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어떤 여자분이 3시부터 도슨트 투어 하는데 참가하겠냐 물어서 망설임 없이 네! 중년의 남자 둘만 데리고 시작했다. 어디서도 듣지 못한 작품 설명과 문신의 삶을 얘기하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끼이더니 무리가 되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 도슨트 투어하면 참가해라! 혹시 유료 진행이면 더, 꼭 참가해라! 일반 관람객에겐 공개되지 않는 공간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니 덕분에 미술관도 다 다니고, 도슨트 이런 것도 듣고

-괜찮제?

-재밌네

-미술관, 박물관 공공자산이잖아. 민주공화국이라 가능한 거니 마음껏 누려야지.

-ㅎㅎ. 6월 초에 2박 3일로 7번 국도 라이딩 할까 생각 중인데

-오~ 진짜? 나는 시간 맞출 수 있어

-7번 국도가 동해와 붙어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 삼척이나 주문진까지 가는 거지

-좋다. 내려오면서 경주서 1박 하자.

-경주?

-형, 경주하면 뭐 생각나니?

-첨성대, 불국사, 보문단지 뭐 그런 거

-수학여행 때 갔던 거?

-그렇지

-경주가 박물관, 대릉원, 감은사지, 남산, 안압지 등 엄청난 곳인데 수학여행이 다 조진 것 같아


맛난 걸 먹으면서 다음에 뭐 먹을지 얘기하는 게 진짜 맛난 일이듯 오늘 라이딩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라이딩 일정과 코스를 얘기하는 즐거움을 뭐에 비할 수 있을까? 별일 없으면 6월 초에 7번 국도를 타고 2박 3일 라이딩! 오호호~ 신난다.


#아구찜 #문신미술관 #7번국도 #경주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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