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깼는데 쌀국수가 생각나서 쌀국숫집 찾았더니 죄다 체인점뿐이다. 아~ 고수향 듬뿍 풍기는 쌀국수 먹으러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신평이나 장림시장 근처를 훑어야 하나? 그나저나 한국에서 파스타도 그렇고 쌀국수가 이렇게 비싼 이유가 뭘까, 싶다.
그러다 당리에 있는 쌀국숫집 발견(배송지역인데 있는 줄 몰랐네), 베트남 쌀국수를 북쪽은 포, 남쪽은 후티우라고 하는데(이것도 몰랐다!) 우리가 먹는 건 북쪽의 포란다. 후티우 전문점으로 부산도 아니고 한국 1호점인걸 내세웠다. 후티우? 처음 듣는데 뭐가 다를까? 궁금하니 가보자~
그렇게나 남과 북을 대표하는 쌀국수가 있었고, 월남 망하고 전 세계로 보트피플, 난민이 퍼져나가서 세계 곳곳에 쌀국숫집이 생겼다.(한국은 제외) 근데 남쪽 쌀국수인 후티우가 아닌 북쪽의 포가 퍼졌을까, 싶네.
오토바이 세우고 들어서자, 핸드폰 보던 한국인 아주머니가 김밥천국 손님 맞듯이 어서 오란다. 어라~ 예상을 벗어나는데! 후티우+넴 세트 메뉴를 시켰다.
1. 향기 없는 하우스 재배일망정 쌀국숫집에서 고수는 기본이다. 고수에 추가금액을 받는 쌀국숫집이라니!
2. 후티우(곱빼기)와 베트남식 튀김 만두인 넴 세트 메뉴 시켰는데 양이 많지 않다. 곱빼기 안 시켰으면 어쩔뻔 했노!
3. 국물은 맑고 깔끔한데 너무 익숙한 맛이고, 면은 어디서나 먹었던 면이다. 북쪽의 포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
4. 베트남 남쪽 쌀국수 후티우를 내세우는 한국 1호점에서 남부에서 부르는 짜조가 아닌 북쪽에서 쓰는 넴이란 용어를 사용할까? 여기가 본점이라는데 저 아주머니는 후티우를 먹어봤을까, 싶다.
5. 그래서 또 올 것인가? 으음… 세트 메뉴가 만원 안 하니 가격은 괜찮은데 너무 익숙한 맛이다. 일단, 베트남 이주민이 하는 쌀국숫집 찾아보자.
프랑스 파리에 2년 정도 머물 때 쌀국수를 처음 먹었다. 똘비악 근처의 차이나타운에 쌀국숫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땡기거나 스테이크류가 아닌 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찾았다. 아니구나. 6유로대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맛있는 음식이 케밥(민박집에서 걸어갈 수 있던 케밥집, 진짜 푸짐하고 맛있었는데!)과 쌀국수 말곤 없었다. 가성비로 절대갑이라 자주 갔다.
어쨌든 민박을 같이 운영하던 후배와 쌀국수 2개 시키면 어김없이 고기 먹을래? 물었다. 우린 당연히 대환영! 국물 내려고 삶았던 고기가 수북하게 쌓여서 나온다. 아~ 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파리 생활 접고 한국 오기 전에 경유했던 하노이에서 거의 매일 쌀국수를 먹었다. 쌀국수의 본고장이니까! 쌀국수 좋아하니까!
파리가 진하고 걸쭉한 육수에 양이 많은 한 끼 식사라면 하노이는 깔끔한 국물에 가볍게 먹는 간식 같아서 하루에 몇 번을 먹을 수 있었다. 하~ 그때 기억이 떠오르자 쌀국수 먹을 때, 맥주와 커피 마실 때, 어딜 가나 당연히 있던(심지어 성당에 조차!) 목욕탕 의자, 앉고 싶다.
#베트남_쌀국수
#목욕탕_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