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딜리버 리 Jul 01. 2024

엄마, 건강해서 고마워요

목소리가 잠긴 듯해서,

-감기가 여전해요?

-마이 좋아짔는데, 기침이 쪼께 남았다

-엄마, 해운대 모래축제 한다는데 가까?

-모래축제?

-해수욕장에서 모래를 조각처럼 만들어서 전시한대

-모래로? 거기 우째 되노?

-그러니 가보자


예전에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운행하는 관광열차를 못 타봤다는 얘기를 하신 적 있어서 열차를 먼저 타러 갔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대고 젊은 단체 탑승객이 많아서 의외였다. 왜? 뭐지?


바다 방향으로 배치한 벤치형 나무 의자(는 불편했다), 중간중간 서고 송정이 종착지다. 외지인들은 사진 찍고 그러는데 바닷가에 살아서 그런가 별 감흥 없고, 5천 원이 넘는 데 두 번 탈 일 있을까 싶다.


-엄마, 요즘은 건강수명을 중요시한대요

-건강수명?

-이제 오래 사는 건 당연한 거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 지를 측정한대.

-하기사 이제 80은 기본이니까

-한국은 기대수명이 80이 넘는대

-기대수명?

-얼마나 오래 살고 싶은 지…

-맨날 죽겠다 우짠다 하는 복지관 영감 할매들도 백 살은 산다고 얘기해

-한국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10년 정도 차이 나는데 마지막 10년은 건강하지 않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병원 다니는 게 주요 일과가 되고.

-건강보험?

-어, 한국은 의료보험이 잘된 편이라…

-그래, 의료보험 아니면 병원 이래 못 다니지

-엄마가 건강해서 고마워

-고맙긴… 내일 죽어도 하나 이상할 거 없는 노인들이 뭘 그리 더 살고 싶고, 더 갖고 싶은 지, 욕심이 끝이 없다.


내일 죽어도 하나 이상할 거 없다는 80이 내일 모레인 건강한(?) 엄마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모래축제는 기존 유명 작품을 베끼거나 패러디한 국내외(러시아에 작업자가 많은 건 의외였다) 모래(로만 만든게 아닌듯) 작품이 해운대 해수욕장에 전시되어있는데, 관람환경과 전시방식이 별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빠와 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