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기 전 집에서 가까워서 갔던 김해 대성동 고분군, 공룡 발자국 보러 갔던 고성에서 우연찮게 만난 송학동 고분군, 오도방 파트너와 국밥 먹으러 가서 만난 함안 말이산 고분군, 어쩌다 보니 가야 고분군을 연속해서 다니고 있다. 하나일 땐 몰랐는데 여럿을 보니 상호 비교가 되는데 토기 모양도 조금씩 차이가 났단다.
구지가를 부르자 여섯 알에서 수로왕을 비롯한 6가야 왕들이 나왔고(말도 안 되는 소리!) 김해 근처를 장악하고 일본과 교류를 한 정도인 게 가야에 대한 지식이었는데, 내가 알던 것보다 큰 영역을 차지했던 세력이었다. 하기사 수로왕과 왕자리로 싸우다 진 석탈해가 신라의 왕이 되었고, 가야 출신인 김유신과 신라의 진골인 김춘추가 혼인으로 결합할 정도이니, 가야 세력은 신라에 무시 못할 존재인 듯하다.
질 낮은 동영상만 틀어대는 박물관이 시덥잖고, 국뽕이 넘쳐나는 건 싫지만 신라에 복속되기 전까지 엄연한 정치 세력을 형성했던 연합체 국가였다. 당시 권력집단의 공동묘지였을 고분군에서 권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조성가능한 고분군에서 백제, 고구려의 권력집단이 더 강했을 텐데 가야에 유독 고분군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래봐야 아무리 돈이 많고, 오래 살아도 결국 죽는다. 이것만이 사실이다.
지금껏 다녀온 고분군 중엔 함안이 제일 낫다. 김해와 고성은 민둥산 같은 천여 년 전 고분이 무덤으로만 있어 머물 이유가 없었는데, 함안은 군데군데 나무가 있고, 벤치가 있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어 좋았다. 과거는 현재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바람과 시간은 모습이 없다.
바람은 흔들림으로, 시간은 흐름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잠시 멈칫할 수 있지만 바람은 불고 시간은 흐른다. 사람은 늙고 죽는다. 그때, 바람은 잠들고 시간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