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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Aug 28. 2024

붉은 마스크

자신이 지금껏 투명하게 보여준 말과 행동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따라
할 때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본인의 입과 귀가 각각 내재하고 있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붉은_마스크 #설재인 #아작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지만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출 금지령을 지키며, 약간의 기침에도 경멸과 불안의 눈초리로 서로를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능시험 당일,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퍼져서 마스크 쓰기를 등한시했던 사람들이 아가미로 호흡하고,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새로운, 진화된 인류가 탄생한다.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상황이 일어나거나 자신이 위험하다 판단되면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숨겨져 있던 DNA 본성을 깨운단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정규직과 기간제, 교사와 조리종사원, 남자와 여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지금껏 당연시했던 있어왔던 차별과 편견이 한층 강화된 폭력적 행동으로 드러난다.


학교 내 필수인력이지만 없는 듯 존재했던 조리종사원이 등장인물의 한 축으로 등장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을 언제나 '옳은' 방향이라고 여기며 합리화한다. 인구 절반의 손가락질을 받는 정치인도,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기업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아랫사람의 성과를 그대로 가로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학자들도, 그리고 여기, 저 애들을 '밑바닥 인생'이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55세의 교사 김찬억도 그러하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더욱 관대하고(그러므로 입으론 쉽게 말하고), 남에겐 엄격하다(그러므로 귀에 들려오는 말들의 8할에 시시콜콜 딴지를 걸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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