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이나 밤새운 프라하 중앙역

by 딜리버 리

프라하공항에 도착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체코인에게 물었더니 어디 가냐기에 데친 간다니까, 버스에서 내려서 중앙역까지 제일 편하게 접근하는 루트를 너무 친절하게 알려줬다. 중간에 2번 갈아타야 하는데 체코는 처음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는 거, 이번 체코 여행은 핸드폰 데이터 사용없이 돌아다녀보자는 쓸데없는 목표를 세웠던지라 대체 여기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 중간에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 얼마를 서성대고 있으니 현지인이 온다.

-도브리덴?

-(얘는 여기서 뭐하지 하는 표정으로)도브리덴

-프라하 중앙역 가려는데 어떻게?

-왜 버스를 타?

-아니, 누가 그렇게 알려줬어

-열차 타

-열차?

-여기서 열차 터는게 편해

사람들은 평소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더닌다.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다름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어찌어찌해서 프라하중앙역 도착했다.


데친행 기차가 2시간 후에 있는건 체코 철도청앱을 통해 이미 알고있었다. 00:30 마감하는 티켓창구에 데친행을 물었더니 새벽 5시 넘어서 있단다. 허~ 뭐지? 경유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구글맵에 새벽 2시에 있던데요

-없어요

-(핸드폰 보여주며) 여기 있잖아요

-여기 아니에요

-에? (다시 확인하니 중앙역이 아니라 다른 역이다) 아, 예…


달리 갈 데도 없고 할 것도 없어 추위나 피하자 싶어 역내 의자에 자리 잡았는데, 마감과 개장 시간(00:30~03:30) 사이에 청소와 재정비로 역내에 머물지 못하게 경비들이 사람들을 내보낸다.


뮌헨에서 환승해서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데 프라하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면 역 근처에서 1박하고 이동하는게 낫다. 비행기 10시간 넘게 타고, 기차역에서 등받이 없는 의자 또는 야외 벤치에서 5시간을 버티는건 지루하고 몸이 힘들다.


체력이 점점 바닥을 향하고 있으니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게 낫다싶어 역 근처 호스텔로 갔는데 빈 방이 없다. 화요일인데! 밤늦게 프라하 도착이라 하룻밤 자고 데친으로 넘어갈까 생각했었는데, 숙소 예약을 안 했으니 어쩌겠는가? 여행에서 나중은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중앙역에서 공공 와이파이가 잡혀서 구글맵으로 주변 검색하니 블타바강이 멀지 않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밤 12시 넘은 인적 드문 프라하의 밤거리를 언제 돌아다니겠나 싶어 캐리어를 끌고 나섰는데 바로 후회막급, 인도 대부분이 돌길이다. 점점 팔에서 힘이 빠지고 지쳐서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난다. 다시 역으로~


역 앞 벤치에 앉아서 2시간은 Blast게임(없었으면 어쩔 뻔), 1시간은 구글맵으로 프라하 돌아다니고, 새벽 3시 즈음이 되자 역내 출입이 가능해져서 1시간은 역 여기저기를 훑었다. 오래된 건물을 유적이나 문화시설로 남기는 게 아니라 여전히 역사의 일부로 사용중이다. 그렇게 5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데친행 기차 탑승!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뮌헨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