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으로 기울마 안 좋아

by 딜리버 리

-엄마, 오늘 뭐 해요?

-빨래 돌리고, 시장 갔다 오려고

-오데? 지난번에 갔던 버스정류장 앞 거기?

-어, 거가 싸서

-같이 가요

-바로 집 앞이라 괜찮다

-나도 괜찮은데…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아이구~ 시장이 뭐라고, 쉬는 날은 니 볼 일도 보고 그래

-볼 일 있으마 봐요. 엄마 보는 게 더 좋아서 그러지

-아이구~ 참말로 ㅎㅎㅎ. 몸도 피곤할낀데 쉬는 날에 내한테 안 와도 된다고

-아이고~ 참말로 ㅋㅋㅋ. 내가 피곤한 걸 참아가며 엄마한테 가는 효자는 아니잖아

-그럼 됐고

-그래서 가지 마?

-아이다. 오이라

작년보다 당신 몸이 안 좋은 걸 나도 아는지라, 혹시라도 휴무일에 푹 못 쉬고 오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여전히 자식 걱정을 먼저 하는 엄마다.


00이(동생의 아내 이름. 엄마는 누구 엄마/아빠, 누구 처/남편 같은 3인칭 대명사보다 본인 이름을 부른다) 아버지가 보내준 전복을 넣고 끓인 맛난 죽을 먹고 개인용 카트 끌고 시장으로 출발.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엄마가 대통령 선거 투표한 걸 꺼내시며,

-누구 찍었어?

-권영국

-니도 참 어지간하다. 넷 중에 말 같은 말은 그 사람만 하더라만 애초에 될 사람은 아니잖아

-에이~ 이번은 100% 이재명 되는 건데, 그럼 다른 사람은 나오지 말아야지. 될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 나를 대신할 대리인을 뽑는 게 선거잖아. 선거는 내 중심적이야 한다고 생각해. 근데 엄마는?

-김문수

-엥, 왜?

-모르는 양반인데, 이재명이 한테 영 밀리겠다 싶어서 찍었지. 갱이 내외는 이재명, 대경이(조카)는 이준석, 완전 뿔뿔이 째졌어

-그래도 김문수는 아니잖아

-어디든 한쪽으로 기울마 안 좋아


민주당과 국힘당은 친기업 반노동 경제정책을 펴는 보수기득권 정당으로 이란성쌍둥이다. 그동안의 선거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출신이 국힘으로, 국힘에서 민주당으로 온갖 핑계를 대며 자연스레 갈아탄다. 그만큼 둘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평소에는 철천지 원수나 되는 듯 상대를 욕하고 물어뜯는다. 서로 다르다는 허위를 강조하고 퍼트려서 그게 사실인양 믿게 하는 게 그들의 생존전략인 것 같고, 통한다. 그럼에도 진보정당 또는 좌파의 구호는 무딜대로 무뎌진 부엌칼 수준이라 힘을 가지지 못한다.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다.


엄마가 다음번 선거에서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투표하시고, 조금 싸게 사려고 시장까지 걸어실 수 있게 여전히 건강하시길… 그때는 노동자 아들에게 불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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