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2일이랑 3일 휴무일 바꿀래요? 바꾸면 연속으로 쉴 수 있던데예
대체휴무와 정기 휴무를 합쳐서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쉬고, 6월 3일이 정기 휴무였다.
-안 그래도 2일 연차 쓰고 3일까지 연속으로 쉴까 어쩌까 했는데
-또요?
-또라니?
-작년에도 20일 넘게 쉬 놓곤
-니는 이삼일 쉬는 걸 여러 번하고, 나는 한 번에 몰아서 쉬는 거지, 어차피 휴무일 총량은 같잖아
-아니지예
-뭐가?
-같은 일수라도 임팩트가 행님이 훨 강한데
-ㅎㅎㅎ, 부러우면 지는 거다. 어쨌든 바꾸자
엄마가 나보다 두 살 적다면서도 아주 살갑고 찰지게 ”해엥~님“이라 부르기에, 엄마랑 같은 항렬이면 삼촌이라 해야지 했더니, "에이~ 행님은 행님이죠"라는 띠띠동갑을 넘는 조장 덕분에 5월 23일~6월 2일까지 쉬게 되었다.
작년에 휴무와 연차를 사용해서 갔다온 20여 일 체코-독일 여행이 강한 인상을 남겼는 지, 그 뒤로 휴무를 길게 모아서 휴가처럼 사용하는 나에게 이번엔 어디 가냐, 언제 출발하냐고 동료들이 묻는다. 실은 엄마와 여행을 위해 모은 건데, 몸이 편찮으셔서 못 가게 되었고 혼자 가려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기대감과 부러움 담긴 물음을 단칼에 무 자르듯 아무것도 없더고 하는 게 몰인정스럽기도 하고, 생각안해 본 적도 있어서 오토바이로 동해안 제일 북쪽까지 가볼까 싶다니까, 거기서 서울로 가서 서해안, 남해안으로 해서 전국 한 바퀴 도냐기에 일단 동해 끝까지만 생각했다, 했다. 긴 휴무를 축하해 주려는지 어제 배송구역도 택배족들이 꿀노선이라 부르는 양호한 곳이었고, 조 회식도 휴무일 앞날로 잡힌데다 게임비 내기 시합에서 볼링공을 처음 잡아본 볼린이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우리 팀이 이기기까지 했다.
호사다마? 새옹지마?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이 꽉 잠기고, 따끔따끔하다. 사나흘 전부터 목 넘김이 부자연스럽고, 밭은기침이 간혹 날 때 종합 감기약을 먹어야 했다. 2년 정도 별 탈 없던 몸이라 마음의 경계가 풀렸다. 몸은 힘들게 버텨온 것일 수도 있는데 무심했다. 기침이 잦고 기침 후엔 머리가 울리고, 목안이 간질거리고 따갑다. 휴무일 첫날은 내 몸을 정비하는 집캉스로 시작하자. 휴무 일정을 확인하다가 6월 3일 프리다이빙 트레이닝 있는 걸 깜빡한 걸 알았다. 자랑질에 눈이 멀고, 몰아서 쉬겠다는 욕심에, 이미 잡혀있던 약속을 잊었다.
-00아, 미안한데 2일과 3일 교환 못하겠다
-어~ 안되는데... 왜요?
-프리다이빙 연습 잡힌걸 깜박했네
-아이고~ 형님!
-그러게. 어제 일인데도 까먹네
-행님이 요새 다이빙에 푹 빠져있는데, 할 수 없지예
-미안해
-괘안심더. 아직 약속 안 잡았어요
-고맙다
내 욕심에 눈이 멀면 뻔히 존재하는 사실이 안 보이거나 그 사실을 부정한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데 욕심은 뻔히 드러날 사실을 감추고 왜곡하려 든다. 결국, 두 달만에 겨우 보는 그와 약속마저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적당하게, 적정하게, 살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