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 모습이랑 별반 달라지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인 로즈마리와 달리 언제부터 줄기가 바닥을 기고 한두 개씩 말라가는 게 보였던 잉글리시 라벤더였다. 입양할때부터 작은 보라색 꽃을 피우고 졌으니 자기 시즌이 끝나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사정이 있음에도 자신들을 쓰다듬으면 향에선 내가 제일! 을 뽐내듯 자신들의 향을 맘껏 뿜어내는 녀석들이었다.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쓰다듬고 상태를 살폈건만 아~ 라벤더가 완전 말라비틀어졌다. 각자의 처지가 다르고 좋아하는 환경이 있을테니 실내가 안 맞아서 그런가 싶어 창밖 화분에 옮겨 심고 라벤더를 다시 입양했다.
과습 증상과 비슷한 면이 보여 배수 잘되게 자잘한 돌을 바닥에 깔고 계란 껍데기가 들어간 상토를 담았다. 앞으론 가뭄인가 싶을 정도로 물을 안 줄 테니, 오로지 니 힘으로 무럭무럭 자라라~
별생각 없이 씨앗을 심었더니 앙상한 가지를 올렸던 아보카도는 이제 줄기가 제법 실해졌고 잎이 크다. 두 번째 씨앗도 줄기에 비해 큰 잎을 틔웠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생명이다. 그래서 생명이 신비하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내가 쏟은 마음만큼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가 보다. 나와 너, 똑같은 분량으로 사랑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마음을 더 줘도 여전히 부족하다 칭얼대기도 하고, 그 마음 잘 안다면서 버림받기도 한다. 누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의 삶을 살기도 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아야 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