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봤네

아르떼뮤지엄

by 딜리버 리

"엄마, 영도에 있는 아르떼뮤지엄 가요."

"뮤지엄이면 박물관이가?"

"응. 이건 미디어아트라고 초대형 영상물 전시인데, 엄마가 지금껏 못 본 걸 꺼야"

"그래?"

"집으로 모시러 갈게"


마침 점심시간과 겹쳐 주변을 둘러보는데 딱히 갈만 한 곳이 눈에 안 띈다. 전시관 바로 옆에 국내 최대를 내세운 회전초밥집이 있기에,

"엄마, 초밥 어때요?"

"난 좋아"

들어갔다. 엄마가 노란색과 빨간색 접시만 집어 들기에,

"왜 그것만 먹어요?"

"나는 이기 맛있네"

회전테이블 앞에 접시 색깔별 가격이 붙어있는데 그걸 보시곤 제일 싼 걸 집어신다. 제일 비싼 색깔 접시를 연달아 집어서 엄마 앞에 놓으며,

"나 이거 먹고 싶었어. 엄마도 먹어봐요."

"난 괜찮은데..."

"아들 주머니 걱정돼서 그러제? 엄마 먹을 때까지 계속 가져온대이."

"비싸서 그런가 맛있네. ㅎㅎ"

국내 최대를 내세운 것에 비해 가격 대비 맛은 그냥저냥 하다.


프로젝터와 거울 빛 반사를 이용한 초대형 영상물 전시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시각 경험인데 영상 이미지의 수준과 활용도는 대단치 않다. 천장을 비운 채로 둬서 관람자가 영상 속에 몰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자체 제작한 영상 이미지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유명 작가의 도용 이미지는 3차원적으로 접근하던가 활용도를 높여서 초대형 영상을 넘어선 자신들만의 독자적 콘테츠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류의 초대형 영상물을 이용한 유료전시를 곳곳에서 하던데, 소재만 다른 비슷비슷한 형식이면 관객이 더 이상 찾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모네가 루앙 대성당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1년 중 다른 시기, 다른 날씨, 다른 시간에 동일한 그림을 그려 빛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를 그린 인상파를 대표하는 루앙대성당 연작 시리즈를 실제 루앙대성당에 영상으로 입히는 영상쑈를 했는데, 실제 건물과 연작 시리즈의 영상이미지가 겹치며 마치 건물이 변화하는듯한 모습을 봤었다. 20여 년 전인데 그때 감동이 남아있다.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시기에,

"무릎이 불편해?"

"약간 그런데 괜찮아."

전시장을 나오며,

"어땠어요?"

"덕분에 신세계를 봤네."

엄마가 ‘신세계’를 봤다, 그럼 된 거다. 집에 가는 택시를 호출하려는데,

"바쁘나?"

"아니, 어디 가고 싶어?"

"나온 김에 자갈치에서 건어물 사갈까 싶어서"

"그래요"

입구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서 멸치와 황태포를 두 개로 소분해서 포장해 달라더니 하나는 나를 주신다.

"황태는 물에 불렸다가 참기름 두르고 볶다가 미역 넣으면 먹기 편하다."

"응. 그럴게요.

"밥 거르지 말고 꼭 챙기먹고"

"네"

"요즘 배송은 매일 안 하다면서 살이 안 붙노?"

"조금 붙었어. ㅎㅎ"

"그래 붙어서 되나?"

"아이고~ 살 많이 붙으면 무릎, 허리 아파서 안돼."

"홀쭉해서 영 보기 그렇구만"

"아니야. 난 지금이 좋아"

자식이 50을 넘어도 엄마 눈에는 물가에 내놓은 세 살 아이처럼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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