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 둘의 4박 5일 오토바이 여행
슈퍼커브 110을 사고 오토바이 타는 맛에 빠져있을 때 그를 충동질했고, 그는 연식이 오래된 데이스타를 중고로 샀다. 나는 2023년 신형이지만 80km 이상의 속력을 내면 자신의 한계를 감당하기 어려워 차체가 부들부들대며 터질듯한 약한 심장을 가졌고, 데이스타는 아메리칸 크루저방식을 흉내 낸 외관 덕분에 엄청난 힘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70km 이상을 밟을 수 없다. 차량 성능이 비슷하고 둘다 속도에 관심이 없는지라 휴무일이 맞으면 부산 근교를 당일로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1박 2일로 삼척을 갔다 오기로 했는데 포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즈음, 삼척에 도착해도 너무 늦고, 다음날 비 예보마저 있어서 포항에서 돌아온 적 있다.
몇 달 전, 8월에 휴가 쓸 수 있다며 라이딩 가자는 얘기가 나왔고, 부산에서 출발, 동해안 북쪽 끝인 고성까지 7번 국도로, 인천 쪽으로 이동해서 77번 국도를 타고 서해안과 남해안을 달려서 부산으로 오는 일명 '777'루트를 가기로 했다. 8월 4일 출발해서 8월 8일 돌아오는 4박 5일 일정이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나 이후 창대하리라~
출발하기 이틀 전,
-이야~ 나도 세세하게 준비하고 챙기는 편 아닌데... 유 윈!
-아니, 왜? 4일 출발하는 거 변동 없잖아.
-하다못해 몇 시에 어디서 만날지는 얘기하잖아
-비 예보가 있어서 출발 당일에 통화하려고 했지. 우째 아무 계획이 없어서 불안해?
-아이다. 나보다 더 덤덤한 사람을 본 게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기본 동선은 나왔고, 세세한 일정(숙식)은 상황 봐서 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그게 나을 것 같다
-필요하면 얘기하셔. 한때 여행업자로 먹고살았는데 일정표 바로 짜드릴게. ㅎㅎ
-ㅋㅋ
그통화로 8월 4일 12시,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출발하기로 확정됐다.
8월 4일 11:50 노포동 지하철역
짐칸에 실은 작은 배낭이 전부인 둘은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먹구름이 잔뜩 끼고 물 반 공기반의 습한 공기 속을 헤치며 북북동으로 출발했다.
13:00 서창 점심식사
여러 식당이 있는데 우리가 파는 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온갖 정성을 다한 보약이라며 탕 전문을 내세운 경상도 식당에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막국수를 굳이 먹는 심보라니!
15:11 경주 동방동 와요지 버스정류장에서 휴식
16:20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갈 즈음 도착, 시원한 아아를 사러 커피스미스 매장에 들어갔는데 쾌적한 에어컨 바람에 반해서 파트너 형을 불렀다. 30여분 수다 떨고 출발, 엄청 습하긴 해도 해가 없어서 라이딩하기 괜찮다. 영일대해수욕장을 조금 지났나? 빗줄기가 굵어져서 우의 상의를 입었는데, 곧이어 오토바이 헬멧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후드득후드득 들릴 정도로 퍼부어 하의마저 꺼내 입었다. 그 짧은 시간에 바지는 다 젖었다.
19:40 덕신교차로
포항을 벗어나자 왕복 4차선 7번 국도에 다니는 차량이 별로 없다. 감히 정우성을 흉내 내며 최고 속력(이라 해봐야 80km)으로 달리는데 구경하는 사람의 눈에는 임창정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오른쪽은 막힘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해가 저물어가며 불그스레하고 어슴푸레한 색깔이 겹쳐서 멋짐이 한동안 계속된다. 삼척(동해)까진 최소 2시간 이상은 더 달려야 하는데 도착하면 너무 늦는 데다(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삼척은 마의 벽인가?) 첫날부터 무리하자 말자 싶어 울진으로 목적지 수정, 그러자 비가 그쳤다.
20:00 울진 알프스모텔 도착
-방 있어예?
-방 있지요
-남자 2명인데 온돌방 얼마에요?
-5만원요
-저녁 무야 되는데, 근처 괜찮은 식당 있습니꺼?
-바로 옆집, 가이소
-바로 옆집요?(상호부조 방식의 추천이라 찜찜...)
-외지 사람들은 바닷가 쪽 가는데, 여기 사람들은 옆집 와요
동네 사람들이 찾는다기에 갔다. 바다 건너편 땅이 눈으로 보이는 지중해와 전혀 다른 풍경을 가진, 회를 먹지 않는 지중해쪽 사람들과 먹는 방식이 아예 다른 동해에서 지중해 간판을 단 해산물식당, 여느 횟집이랑 별반 다를 바 없고, 서너테이블에 손님이 있다.
-(메뉴판을 두리번대다) 옆에 모텔서 하도 맛집이라 캐서 왔어예. 여는 뭐가 맛있습니까?
-오늘 오징어단지물회가 좋습니다
-단지물회요?
-(옆 테이블의 넙데데한 단지를 가리키며) 저렇게 나옵니다
-주이소
오징어회는 종종 먹었어도 오징어물회는 처음인 듯한데, 술안주와 밥반찬으로 충분하고 괜찮다. 다음에 울진 금강송과 덕구온천을 오게 되면 지중해를 또 와야겠다.
#오징어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