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by 딜리버 리

#악인

자네, 소중한 사람은 있나?
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까지 행복해지는 사람.


근무시작 전 휴게실에서 뒹굴대며 육아기로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하는 직장 동료와 영화 <국보> 괜찮더라며 영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남자 주인공 외에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분명 있을 듯한데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아 책을 빌리러 갔다. <국보>는 대출 중이었다. 어라~ 이 양반, 여러 권의 소설을 썼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같은 작가의 소설 중에 이미 영화로 제작된 <악인>을 빌렸다. 읽는 내내 범죄심리 영화를 보는 듯 화면이 떠오른다 싶더니,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되고, 그들이 선택한 행위에 각각의 이유가 있고 작가는 개입하지 않는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싶다. 꿩 대신 닭으로 선택했던 소설 덕분에 <국보>에 등장했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냉면의 역사

지금은 교통과 물류산업의 발전으로 많이 희석되었지만 음식은 기후와 작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대표음식의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작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때 ‘냉면‘(특히 평양냉면)을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음식이라도 되는 양 추어올리는 부류들이 있었다. 부산에서 밀면과 쫄면을 즐겨 먹던 입에 뚝뚝 끊기는 면발, 밍밍한 국물 그럼에도 가격이 왜 비싼지 의아했다. 평양냉면이 맛이 별로라고 하면 맛을 몰라서 그렇다며 거품 무는 모양새도 꼴사나웠고 내 입맛을 굳이 맞추려는 노력이 가련했다.


꿩 대신 닭이란 말이 꿩이 없으면 식재료로 격이 떨어지는 닭을 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꿩은 주변에서 흔하게 잡을 수 있는데 마침 꿩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닭이라도 썼던 게 아닐까? 어릴 적, 겨울이면 동네 아재들이 빨간 열매에 청산가리(?) 같은 독약을 넣은 미끼로 꿩을 잡아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메밀보다 밀가루가 흔한 부산에서 냉면을 대신해 밀면이 자리 잡았고, 언제부턴가 냉면은 비싸고 제대로 된 면으로, 밀면은 싼 맛에 먹는 면이 되었다. 냉면이 만원을 훌쩍 넘어서 점점 비싸지는 속도에 비례해 밀면 가격도 덩달아 올라갔다. 싸고 푸짐해서 즐겨 먹던 밀면을 부담 없이 먹고 싶다. 냉면, 원가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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