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삶

by 딜리버 리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세면대에 얼룩이 꼈다. 최소 하루에 두 번은 사용하는지라 눈에 거슬렸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문질렀더니 아주 조금 옅어졌다. 세면대 사용하는데 불편한 건 없지만 없어진게 아니니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였다.


어젯밤, 마트에서 산 과메기에 막걸리로 휴무일 이브를 즐기며 구글을 뒤적이다 우연찮게 발견한 세면대 얼룩 제거법, 펄펄 끓는 물에 구연산 반숟갈. 마침 구연산 있다. 오늘 아침, 세탁기 돌리고 서양식 휴무일 아점을 먹으며 그대로 따라 했다. 10분이 지나 물 내리고 수세미로 살살 문질렀다.


오호~ 반짝반짝! 내 얼굴(이 그럴 리 없지만) 반짝임보다 반갑다. 아는 것이 힘으로 작용하려면 몸으로 직접 해야 가능하고, 몸을 움직인 만큼 삶은 반짝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음의 거슬림을 하나 해결했으니 오늘 하루도 충분히 반짝반짝한 삶을 살았다, 싶다. 이제 청소기 돌리고 오도방 파트너의 전화만 기다리면 된다, 까지 적었는데 전화벨 소리, 캬아~ 이게 바로 지음이지!


오후 약속이 생겨서 엄마께 전화드렸다.

-저예요

-응. 오늘 노는 날이가? 요새 마이 춥던데 (배송하기 힘들어서) 우짜노?

-엊그제는 하도 추버서 잠바 입고 배송했네. 어제부터 풀리더만

-어떤 어미는 비오마 짚신 장사 아들이 걱정되고, 해 뜨면 우산 장사 아들로 마음 편한 날 없다는데, 나는 큰아들 하나로 추우마 추버서, 더우면 더버서 걱정이 태산이다

-엄마 염려 때문에 이리 건강하지요

-말이나 몬하마

-아직 감기가 안 나았나? 목소리가 안 돌아왔네

-큰아들 귀신이네. 나이 드니까 잘 안 낫네. 무릎도 그렇고

-또 누버 있지요?

-어디서 보나? 누버서 신문 보고 있는데…

-얼마 전에 하루에 5 천보 이상 걷는 게 인지력 유지에 도움 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기사를 봤어요. 특히 노인에게

-복지관 일 할 때는 싫어도 밖에 나가는데, 이제 안 하니까 자꾸 드러눕는다

-엄마, 뇌가 그렇게 이기적이래. 머리가 쓸지도 모를 에너지를 남기려고 몸이야 우째 되던가말던가 신경 안 쓴대

-아이가, 갸가 나쁘네

-응. 그래서 몸을 안 움직이마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해야 한대

-아는데, 날씨 춥다고, 바람 많이 분다고 자꾸 핑계를 댄다

-은퇴자들의 대부분이 급속하게 늙는다는 게 맞는 거래

-와?

-별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은퇴후에 어떤 삶을 살겠다는게 있지도 않고 열심히 일만 했고, 그나마 일할 때는 싫어도 몸을 움직이는데, 운동은 안 해도 그만이잖아. 안 할 핑계와 변명은 항상 만들어지고

-그러게. 내가 딱 그렇네

-엄마, 그라마 안돼. 아파트 지하상가라도 한 바퀴 돌고 와요. 거기 마트에서 두부 한 모 사와. 그렇게라도 움직여야지

-그라까? 두부는 있는데…

-전화받은 김에 일어나셔. 집에 있지 말고 이쁘게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셔. 울 이쁜 하창선 씨, 세상에 보여줘!

-ㅎㅎㅎ, 하이고~ 머라카노? 그래 알았다. 바로 일어났다. 니도 잘 쉬고

-네. 다음에 봐요

-그래


엄마, 오늘도 반짝반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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