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 둘, 세부 모알보알 프리다이빙 여행
나를 프리다이빙으로 인도한 직장 동료가 아이다 2 빨리 따서 바다에 가자고 치근댔다. 나야 하루라도 빨리 따고 싶지만 그게 마음먹는 대로 될 거냐 말이지. 레스큐 실패해서 자격은 못 땄지만 수심 13m를 찍었다니, 바다는 같이 갈 수 있겠단다. 하지만 상호 휴무일 맞추는 것도 여의치 않고, 휴무일이 맞으면 다른 일정이 생겨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러다 겨울이 왔고 겨울바다에 들어갈 엄두는 안 나서 다이빙 가자는 말은 기약 없이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성탄절, 설날 대체휴무 4일이 3월부터 5월까지 나눠 들어왔는데 습관적으로 3월 말로 모았다. 대체휴무나 연차를 정기 휴무 앞뒤로 하루, 이틀 붙여 쓰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대체휴무+정기휴무+연차까지 붙여서 최대한 길게 쓰려고 한다. 양이 많아지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을 믿으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체휴무가 이왕 이렇게 들어왔으니 해외 바다로 가자는 얘기가 급물살을 탔다. 일본(오키나와),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물망에 올랐고, 동료가 작년 보홀 다이빙투어 갔을 때 고래상어 못 본 걸 아쉬워하는 데다 일정, 비용을 고려해서 필리핀 세부섬 모알보알로 정했다.
출발일이 정해지지 않은 어느 날, 스카이스캐너에 3월 22일~28일, 부산-세부 왕복에 161,000원이 떴기에 결제하고 동료에게 알렸고, 그는 3월 22일~26일로 결제했다. 지난번 대만 남부 여행처럼 처음은 동행과 다니고 이틀은 혼자다. 항공권 결제한 동료가,
-행님, 원래 이렇게 후다닥 가요? 번갯불에 콩 볶듯...
-원래가 어딨노? 뱅기값 싸서 산거지.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결제아이가 ㅎㅎ
-근데 행님은 이틀 동안 혼자 뭐해요?
-특별히 하는 일 없어. 어슬렁대며 동네 돌아다니다 손님 없는 식당에 쓱 들어가면 주인이 니가 여길 왜? 이런 표정을 짓거든. 바디랭귀지로 밥 먹을 수 있냐 묻고, 밥 먹고, 맛이 괜찮으면 또 가고, 그럼 주인이 또 왔냐는 표정을 지으며 반기고, 그러다 한두 마디 나누고,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우연히 알게 된 유명치 않은 장소에 혼자 만족하고, 돌아다니다 현지 친구라도 알게 되면 고맙고 그렇지
-영어 잘해요?
-나? 중학생 수준도 안될걸. 서바이벌이지. 영어는 니(3살 터울 동생)가 더 최신일걸.
-필리핀 가봤어요? 모르는 데잖아. 겁 안 나요?
-하하하~ 어딜 돌아다닐 때 경계심이 들긴해도 무서웠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특이하네요
구글로 모알보알의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서 동료에게 카톡으로 공유하던 어느 날,
-행님, 숙소랑 현지 투어 예약 안 합니까?
-몇 개 봐뒀는데... 투어하고 다이빙하면 잠만 잘 꺼 같은데 나는 도미토리 괜찮은데, 잠자리 가리나?
-도미토리면 모르는 사람이랑 자야 되잖아요
-그럴 수도 있고, 운 좋으면 우리만 쓸 수도 있지
-다른 사람이랑 자는 건 그래요
-그럼 트윈베드(잠자리는 중요하다). 파낙사마비치까진 조금 걸어가지만 바다가 바로 옆이고, 가격 괜찮고, 아주 조용하다는 평이 많아...
-좋네요. 공항에서 부터 고래상어, 투말록폭포, 가와산 캐녀닝, 모알보알 묶음으로 패키지상품 있던데 그걸로 예약하까요?
-공항에서 새벽 1시 넘어 출발해서 오슬롭까지 3~4시간, 모알보알까지 2시간 이상인데, 중간에 캐녀닝까지 하면 3~4시간 몸을 힘들게 써는데, 하루 배송 할당량 채우듯 여행하고 싶진 않은데...
-그럼 우째요?
-버스 타고 오슬롭, 모알보알 가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 테니, 현지 택시기사를 섭외해서 이동하자
-현지 기사면 필리핀인?
-와?
-가격 덤터기 씌우고, 사기당한 얘기들 많던데...
-에이~ 관광객 상대로 사기 치는 건 어디나 있어. 안 그런 사람을 찾아야지
-그럼 투어는요?
-현지에서 하자.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는 택시기사에게 부탁하고, 캐녀닝은 다음날이니 모알보알에서 현지업체에서 알아보자. 어느 정도 가격인지만 파악하고
-후와~ 나는 언어도 안되고 모르는 데니까 현지 일정을 다 짜고 가거든요. 어디서 먹고, 자고, 뭘 보고, 어떻게 이동할지... 행님처럼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이거 우짜야 되노?
-1일 차 공항에서 오슬롭 이동해서 고래상어 투어하고 투말록 폭포 보고, 모알보알 이동. 2일 차 아침에 바다 다이빙 후에 캐녀닝, 오후에 마사지받고 다이빙, 3일 차 파나사믹비치 정어리, 바다거북 다이빙, 오후에 세부시티 이동, 공항에서 한국 출발, 일정 다 나왔잖아. 와 걱정되나?
-걱정되지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니까. 오슬롭, 모알보알은 어떻게 가며 고래상어 투어, 캐녀닝, 정어리, 바다거북 와칭은 어떻게 하는지, 세부시티는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뭘 먹는지 등등 아예 예약이 없잖아요
-숙소 예약했고, 택시기사 섭외한다니까. 그걸 한국에서 다 짜고 간다고... 대단한데. 완전 개인 패키지여행인데. 이번에 내 방식으로 해봐. 의외로 재밌을걸... 재미없으면 다음엔 니 방식으로 하자
-행님만 믿습니다
-나도 나를 못 믿는데, 개뿔...
프리다이빙 하는 50대 남자 둘이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떠난다. 꼼꼼하게 준비해도 여행지에선 이런저런 변수가 생긴다. 집과 같은 편안함, 변수 없는 일상을 원하면 그냥 집에 머무는 게 낫다. 일상과 다른 낯섦을 만나러 낯선 곳으로 내돈내산 고생하는 게 여행 아닌가? 번갯불 치는 그 짧은 시간에 콩 볶으면 덜 볶이거나 새까맣게 타버린 콩이 나올 수밖에, 번갯불에 콩 볶는 그 순간을 경험하려면 어쩔 수 없다. 여행이 그렇다.
<사족>
며칠 후, 개인적 문제로 여행 일정을 이틀을 줄여야 했다. 하나투어에 항공권 변경을 요청했더니 처음엔 8만 원(항공사 변경수수료 5만+대행수수료 3만)이라더니 그 날짜에 좌석이 없다며 운임차액이 붙더니 최종 답변은 174,100원이란다. 니미럴~ 세상 살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도 정도껏이지 항공권 날짜 변경이 신규 항공권보다 비싸다! 3월 22일~26일 신규 항공권 검색하니 좌석이 있어서 하나투어로 구매한 항공권 바로 취소하고 투어비스로 항공권 새로 구매했다.
기존 항공권 변경과 신규 항공권 구매 가격 차이
01. 기존 항공권 변경 시
-총지출액 : 335,100원
-기존 항공권 161,000원(대행수수료 10,000원)+항공권 변경액 174,100원(항공사 변경 수수료 50,000원+항공사 운임차액 94,100원+하나투어 재발행 대행수수료 30,000원)
02. 신규 항공권 구매 시
총지출액 : 239,800원
-기존 항공권 161,000원-환불액 86,000원=75,000원+신규 항공권 164,800원(대행 수수료 10,000원)